제약·바이오社 "AI신약개발, 뭉쳐야 산다"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 2024.02.14 05:40

국내·외 기업 협업, 연합학습 기반 플랫폼 구축 추세
데이터 고립 문제 해소…韓도 'K-멜로디' 사업 진행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데이터 빗장을 걸었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손에 손잡고' 전략에 나섰다.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들도 고립됐던 데이터 빗장을 풀고 'AI(인공지능) 신약'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 등 AI 신약에 대해 혁신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신약 개발이 데이터 문제와 직결된 만큼,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산업 특성인 '사일로'(Silo, 기업 간 데이터 고립) 현상을 일종의 연합체를 결성해 극복하려는 분위기다.

하나의 신약 개발에 드는 평균적인 시간은 15년이다. 개발 비용의 증가와 긴 시간 이어지는 개발 기간, 낮은 성공률 등 고질적인 생산성 저하는 신약 개발의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실험 대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괏값 예측과 설계가 가능한 AI 신약 개발에 닻을 올리는 분위기다.

영국 딥파마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에 603억달러(약 80조원)가 투자됐는데, 이는 지난 9년간 27배 증가한 규모다. 전 세계 AI 신약 개발 시장은 연평균 46%의 성장률을 기록, 2027년 35억~40억달러(약 4조6500억~5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고도화로 생성형 AI, 초거대 AI 등 진화된 AI 모델이 제약·바이오 분야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외에선 이미 'AI 신약 개발 연합체'를 구성한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EU(유럽연합) 사례가 대표적이다. EU 정부는 총 1840만 유로(약 250억원)의 예산으로 연합학습 기반 AI 신약개발플랫폼 사업인 '멜로디'(MELLODDY) 프로젝트를 구축, 2019년 6월~2022년 5월까지 진행한 바 있다. 연합학습이란 각자의 데이터를 토대로 학습한 모델을 서로 교환해 모델을 만드는 AI 학습법이다.

멜로디 프로젝트에는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 10개사와 엔비디아, 부다페스트 기술경제대학 등 총 17개 학교 및 기업이 참여했다. 프로젝트는 블록체인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효과적인 화합물을 식별하고, 개인정보 및 지식재산권 보호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일본 제약사 에자이도 지난해 6월 게이츠 벤처스, 영국 에든버러대 등과 AI를 활용한 치매 진단 협력 기구 'NEURii'를 구성해 연구에 나섰다. 에자이의 기존 연구와 신경학 약물 개발을 기반으로 치매 질병 예방 및 치료를 돕는 AI 기반 '디지털 툴(tools)' 개발이 목표다. 미국 의약 전문지 피어스바이오텍은 NEURii를 "의료진의 치매 고위험군 환자 예측 과정에서 정확도를 높이고 질병 치료 개선을 위한 새로운 약물을 발견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역시 EU의 멜로디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K-멜로디' 사업을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진행한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주관하는 이 사업은 총예산 약 348억원으로, 국내 제약사 20여곳과 AI 기업, 대학, 공공기관 등이 참여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는 4월부터 사업단이 운영되며 과제별 기업 선정 등을 거친 뒤 7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내에는 유럽처럼 기반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만큼 이번 사업을 통해 AI 신약 개발 가속화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AI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관으로 제약·바이오 기업 간 AI 신약 개발을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 자체는 사업 진전에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다만, 국내에선 아직 AI 데이터 활용도가 해외보단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사업을 바탕으로 향후 어떻게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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