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美증시, 강세장 초입 1995년 vs 버블 붕괴 직전 1999년[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4.02.13 19:35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AI(인공지능) 혁명이 일부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로 이어지면서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1990년대 닷컴 버블과 현재 상황에 대한 비교가 관심을 끌고 있다.

1990년대 닷컴 혁명이 주식시장의 닷컴 버블로 이어져 결국 붕괴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볼 때 AI 붐이 불고 있는 현재 미국 증시는 어느 단계에 와 있느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회의론자들은 현재 AI 붐이 이미 버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증시가 2000년 3월 정점을 향해 질주하던 1999년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증시는 2000년 3월에 닷컴 버블이 터지며 이후 3년간 하락세를 지속했다.

반면 강세론자들은 인터넷 활용이 막 대중화되기 시작하며 증시가 2000년 초까지 이어지는 장기 강세장에 들어선 1995년과 현재 상황이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1995년은 미국 경제사에서 특히 빛나던 시기였다. 한 해 전인 1994년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제가 일시적으로 둔화하긴 했지만 고통 없는 소프트랜딩(연착륙)에 성공한데다 연준의 완만한 금리 인하가 시작됐고 생산성이 회복되면서 증시는 향후 5년간 놀라운 수익률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과연 미국 증시는 현재 1995년과 1999년 중 어느 쪽에 가까운 것일까. CNBC 분석을 토대로 1990년대 닷컴 버블과 2020년대 AI 붐을 주요 이슈별로 비교했다.



대형 기술주의 시가총액 비중


현재 대형 기술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1999년과 비슷하다.

JP모간의 전략가인 마르코 콜로노빅은 지난주 S&P500지수에서 시가총액 상위 6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S&P500 기업에서 이들 6개 기업의 이익 기여도가 1999년~2000년 당시 대형주들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대형주 집중 현상이 1999년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6개 대형 기술주의 시총 비중이 높은 것은 벤치마크를 따라 기계적으로 투자하는 인덱스펀드와 수익률을 따라잡기 위해 대형주를 매수할 수 밖에 없는 액티브 펀드의 자가 발전적 대형주 투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에는 도입 초기였던 401k(확정기여형 퇴직연금)를 통해 매월 자동적으로 증시에 자금이 유입되고 야누스20과 같은 모멘텀을 쫓는 뮤추얼펀드들이 수익률이 좋은 대형주를 매집하며 대형주 집중도가 높아졌다.

가치투자 자산운용사인 GMO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S&P500지수 내 시총 상위 10개 기업의 수익률은 나머지 490개 기업에 동일 비중으로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례적이다. 1957년 이후 S&P500지수 내 시총 상위 10개 기업의 수익률은 나머지 490개 기업 대비 연평균 2.4% 뒤쳐졌기 때문이다. 시총 상위 10개 기업의 수익률이 지금처럼 큰 폭으로 나머지 490개 기업을 앞섰던 시기는 1990년대였다.



밸류에이션


대형주 집중 현상은 지금과 1999년이 비슷해 보이지만 밸류에이션은 그렇지 않다.

나스닥지수는 아직도 26개월 남짓 전인 2021년 11월에 기록한 사상최고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6개월간 나스닥지수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란 뜻이다.

반면 1999년 12월31일까지 26개월간 나스닥지수는 150% 폭등했다.

나스닥시장에서 금융주를 제외한 시총 상위 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지만 2021년 11월에 기록한 고점 대비 8%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나스닥100지수의 향후 1년간 순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26배로 역사적 평균에 비해 높긴 하지만 1999년만큼 비싸지는 않다.

1999년에도, 현재도 시총 1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선행 PER 역시 39배로 상당히 높긴 하지만 1999년과 비교하면 낮아보일 정도다.


게다가 1999년에는 400개 이상의 기업공개(IPO)가 있었고 상장 첫날 주가 상승률은 평균 90%를 넘어섰다. 반면 지금은 IPO 기업이 많지 않은데다 막 상장한 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덜하고 자본시장 환경도 1999년보다 더 신중한 분위기다.



연준의 통화정책


1994년에는 연준의 긴축으로 채권 가격이 폭락하고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가 파산하는 등의 금융 이벤트가 발생했다. 또 소형주와 금융주가 하락하면서 증시는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실물경제는 견고하게 유지됐고 실업률은 이전 2년과 마찬가지로 주기적으로 저점으로 내려갈 정도로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웠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은 1995년 초에 다음 조치는 금리 인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해 금리는 6% 수준에서 3번 인하되는데 그쳤으나 증시는 거의 45도 각도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금도 그 때와 마찬가지로 당초 투자자들이 기대한 것보다 금리 인하 시기는 늦어지고 금리 인하 횟수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시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고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네드 데이비드 리서치의 전략가인 에드 클리솔드는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증시 수익률은 금리 인하가 빠를 때보다 느릴 때 더 좋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경제가 급격하게 약화하고 있을 때 금리 인하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1995년에 둔화되며 연착륙했으나 기업들의 감원과 구조조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노동 생산성이 향상되며 다시 날아 올랐다.

최근 미국 경제는 고용이 탄탄한 가운데 제조업 지표가 개선되고 은행의 대출 조건은 다시 완화되고 있다. CNBC는 지난해 말 생산성이 반등한 것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가 1995년처럼 일시적 둔화 이후 재상승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1995년에는 증시 밸류에이션이 지금보다 낮았고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와 기술기업들의 자본화 수준은 거의 초기 단계였다. 웹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의 IPO는 1995년 여름에야 이뤄졌고 인터넷 기업들의 IPO는 그 때까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전형적인 강세장 모습


요약하면 대형주 집중 현상은 지금과 1999년이 비슷하지만 전반적인 밸류에이션은 지금이 1999년보다 크게 낮다. 지금은 1999년과 같은 IPO 열풍도 없다.

현재 경제 상황과 연준의 정책 경로는 1995년과 닮아 보이지만 증시 밸류에이션과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 기술기업들의 자본화 수준은 지금이 1995년보다 높다.

CNBC의 시장 분석가인 마이클 산톨리는 현재 증시가 과거 전형적인 강세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상보다 견고한 미국 경제와 기업들의 실적 호조세, 최근 다소 오르긴 했지만 3개월 변동 범위 내에 머물러 있는 국채수익률, 엔비디아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AI 모멘텀이 증시를 견조한 상승세로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결과 미국 증시는 지난 15주 가운데 14주 상승했다. S&P500지수는 이 기간 동안 22%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넘어섰다. 산톨리는 이런 랠리의 지속성과 규모는 통상 시장의 취약성을 나타내는 신호가 아니라 장기적인 활력의 징후라고 지적했다.

또 과거에도 증시가 지금과 같은 강세를 나타낼 경우 단기적으로 주춤하며 조정을 받더라도 수개월간 상승세를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증시 랠리가 일부 종목에 초집중돼 상승세가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주뿐만 아니라 제조업 주식도 상승하고 있고 동일 비중 S&P500지수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19%가 올랐다는 설명이다. 이는 S&P500지수 내 시총이 낮은 종목들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의미다.

또 지난 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52주 최고치 경신 종목은 204개였던 반면 52주 최저치 경신 종목은 24개에 불과했다.

다만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주가가 하루에 수십 퍼센트(%)씩 오르는 등 과민 반응이 있다는 점과 AI 수헤주 중심으로 모멘텀 주식들이 단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일시적인 조정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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