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죽여, 목격자도"…영등포 살인 교사범의 장애인 가스라이팅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 2024.02.13 16:05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6층짜리 건물. 이곳은 2023년 11월12 30대 주차관리인 김모씨가 80대 건물주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곳이다. /사진=이병권 기자

지적 장애가 있는 종업원을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해 살인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의 첫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재개발 이권을 놓고 피해자인 80대 건물주와 갈등을 빚은 남성이 살인을 계획해 지시한 것으로 봤다.

서울남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명재권)는 13일 오후 살인교사 등 혐의를 받는 A씨(45)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2일 30대 지적장애인 김씨를 시켜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80대 건물주 유모씨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앞서 김씨는 별도로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살인)혐의를 인정하지만, 공범(A씨)이 시켰고 저도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A씨와 피해자는 재개발 보상 방식과 조합장 선출 방식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분노가 쌓인 A씨는 김씨를 시켜 피해자를 살해했다.

검찰은 A씨가 지난해 6월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봤다. 그는 지난해 6월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무전기를 구입했다. 이후 김씨에게 방수신발, 우비 등을 구입하라고 시켰다. 같은해 10월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 가서 흉기를 구입하라고 지시했다.

A씨는 김씨를 데리고 피해자의 사무실을 찾아가 범행을 준비했다. 피해자 동선을 확인하고 무전기 사용법도 연습했다. 또 김씨에게 흉기로 피해자를 찌르는 연습까지 시켰다.

지난해 11월 9일에는 사건이 발생한 건물의 후문과 주차장을 비추지 못하도록 CC(폐쇄회로)TV의 방향을 돌리라고 지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사건이 발생한 같은달 12일에 김씨에게 "흉기 등이 들어 있는 가방을 챙겨 옥상에서 기다려라"라며 "피해자가 발견하면 녹음할 수도 있으니 말하지 말고 그냥 살해하라"라고 지시했다.


이어 "목격자가 있으면 목격자도…"라며 "입고 있는 우비 등은 피가 묻어 있으니 가방에 담아 내 차 트렁크에 실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는 A씨의 지시에 따라 해당 건물 옥상에서 피해자를 살해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까지 김씨에게 임금 545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재산상의 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는다. 지적장애로 사리분별 능력이 부족한 김씨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2022년 7월부터 자신의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게 한 것이다.

검찰은 이기간 A씨가 김씨에게 최저 임금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또 김씨에게 모텔 객실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월세 명목으로 현금 50만원을 받는 등 총 47회에 걸쳐 157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있다.

검찰측 공소요지에 대해 인정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A씨 변호인은 "현재 (사건 관련)기록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의견을 말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서야 검찰로부터 사건 관련 기록을 받았다"며 "기록이 20권, 1만페이지에 달해 분석에 최소 3~4주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12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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