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엔 짭짤했는데" 해외 부동산 역습…'겹악재' 증권사 식은땀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 2024.02.13 16:20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오피스 빌딩가격이 연일 급락하면서 부동산 투자자들의 손익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 특히 증권사들도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금액이 상당해 고심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라 올해 재무제표가 어떻게 쓰일지 고민이 깊다.

13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8조3000억원으로 금융권 전체에서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전체는 55조8000억원이다. 보험이 31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은행이 9조8000억원으로 조사됐다. 해외 부동산에 들어간 돈은 은행이 증권사보다 많지만 업권이 가지고 있는 자산과 비교하면 은행과 증권의 순위가 바뀐다.

총 자산 3648억원을 가진 은행의 해외 부동산 투자 비율은 0.3%인 반면, 총 자산이 681억원 가량인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비율은 1.2%다. 자산 대비 투자는 보험사가 여전히 1위다. 1169억원의 자산에서 2.7%가 해외 부동산에 들어갔다.

최근들어 금융과 증권 시장은 이 같은 내용의 업권 내 해외 부동산 대체 투자 현황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이미 뉴욕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는 상업용 부동산 부문 부실 대출 위험성을 이유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투자 부적격 등급을 받으며 미국 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아울러 지난 6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상업용 부동산은 금융 안정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은행 시스템에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발언할 만큼 위험이 현실화 되고 있는 중이다.


안그래도 국내 증권사들은 부동산 내수 시장 침체로 PF(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가능성이 커져 업권 전반의 충당금 적립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국내 부동산 뿐만 아니라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도 반영해야 하는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 방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실적을 공시한 미래에셋증권은 4분기에만 약 1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데 3500억원이 투자목적 자산 손실에서 나왔다. 하나증권은 약 2700억원의 해외 부동산 관련 평가손실을 내고 지난해 2708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더 나아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면 증권사 등 금융권이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이 주로 2017~2018년 대거 해외 부동산 투자를 단행했었는데, 당시는 시장이 좋아 합당한 투자로 여겨졌다"며 "코로나19 이후 오피스나 리테일 시설 등 상업용 부동산이 어려워지면서 분위기가 너무 많이 바뀌었다"고 항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회사들은 선순위 위주로 투자했고 업권별로도 투자 규모도 자산 대비 1% 안팎이어서 해외 부동산 손실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선도 제기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경우 이미 지난해 손실을 보수적으로 인식해 실적에 반영했다"며 "꾸준한 모니터링을 하겠지만 과도한 우려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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