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우선주의 심화"…미중갈등, 美선거 이후 격해질 수도

머니투데이 대담=박재범 경제부장, 정리=유재희 기자 | 2024.02.14 06:12

[2024 재경관 좌담회]

기획재정부 재경관 좌담회(이제훈 주미국대사관 재경관 등 총 8명)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올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도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세계 무역장벽은 높아질 전망이다. 미·중 무역갈등은 더욱 심화, 세계 전체의 후생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우리나라의 무역흑자 기조에도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앞으로도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디리스킹(위험완화)은 가속화된다. 이제훈 주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바이든 정부는 관계 재정립을 통해 디커플링을 도모하는 측면이 강하다면 공화당(트럼프)은 보다 여러모로 더욱 공세적"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신 주상하이 총영사관 영사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강도 차이가 있겠지만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조치들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론 무역갈등은 전 세계 공급망을 위협한다. 이호근 주OECD 대표부 참사관은 "이런 리스크에 대비해 각국이 리쇼어링·프렌드쇼어링 등 자국 또는 우방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 가치공유, 주요 원자재 축적,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는 올해 세계 경제 현안을 짚어보고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 대사관·총영사관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정경제금융관(재경관)과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이뤄졌다.

◇참석자: (왼쪽부터) △박진호 주벨기에대사관 1등서기관 △강대현 주일본대사관 참사관 △박문규 주뉴욕총영사관 부총영사 △이제훈 주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 △이호근 주OECD대표부 참사관 △김건 주OECD대표부 공사참사관 △고재신 주상하이총영사관 영사 △배정훈 주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

◇사회 : 박재범 머니투데이 경제부장


-지난해 세계경기 불황 속 미국은 괜찮았다. 현장에선 어땠는가.


▲이제훈 주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 미국은 코로나19(COVID-19) 회복과정에서 재정 보조로 초과 저축이 늘어 소비가 좋아진 측면이 있다. 소비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다. 개인 자산축적은 소비로 이어진다. 특히 초과 저축을 통해 부동산과 주식 투자했는데 자산효과가 컸다.
고용시장도 뜨겁다. 임금 소득이 늘었고 소비가 유지됐다. 고용시장은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온쇼어링 정책(Onshoring·자국 내 생산시설 유치)으로 투자가 들어와 일자리가 늘었다. 일각에선 '미국 전역이 공사판'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코로나19 이후 서비스업황도 개선돼 일자리가 늘었다. 고용시장 활황이 소비를 받쳐줘서 '나 홀로 성장'하고 있다.

박문규 주뉴욕 총영사관 부총영사= 미국은 양호한 가계 재무, 견고한 노동시장 여건을 보인다. 월가에선 골디락스(고성장 속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이상적 경기) 국면이 순행 중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 랜딩(No landing·상당 기간 경기 호황), 즉 당분간 경기 침체는 없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미국 잠재성장률 2% 달성, 물가상승률도 2%대로 내려 경기침체 없는 성장을 보일 것이란 긍정적 시각이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물가상승률 2% 목표로 두고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피부로 느끼는 외식·서비스 물가는 상당히 높다.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위기론도 있다. 오피스(사무실) 공실률이 문제다. 코로나19때 재택근무 확산이 됐는데 이후에도 사무실 복귀하는 게 65%에 그친다. 소규모 은행 상당수가 오피스에 투자했는데 수익 문제가 발생하면 디폴트(부도) 문제까지 우려된다.

기획재정부 재경관 좌담회, 박문규 뉴욕총영사관 부총영사 /사진=김휘선


-미국 경기와 대조되는 중국의 현장 분위기는


▲배정훈 주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 기대가 높았는데 그에 비해 미흡하단 의견이 있다. 기대치가 워낙 높았기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다만 2022년에 워낙 안 좋았던 기저효과로 인해 작년 경제성장률이 중국 정부에서 목표로 하는 5%를 넘어 5.2% 보였다.
물론 리스크 요인도 있다. 지난해 성장을 보면 소비가 대부분으로 80% 넘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지표상으론 5% 성장이면 어느 정도 회복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순 있지만 전반적 수요는 부족하다.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위축세이고 물가는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경기가 안 좋아서 안정 대책이 나왔지만 다소 역부족이다. 구조적 문제도 있다. 지방정부 채무, 수입 등 상황이 어렵고 가계 자산 비중의 70%를 부동산이 차지하는데 여건이 안 좋아지면서 소비위축 문제가 있다.

고재신 주상하이 총영사관 영사= 중국 경제에 대한 외부 서방과 내부 기대가 달랐다. 중국 정부는 5% 성장이 적절하다고 본다. 경제 규모가 미국 75% 수준까지 오른 만큼 성장세가 높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가 과거 값싼 토지·노동력을 통해 경제정책을 쳤다면 지금은 '쌍순환 정책'(국내시장-내 순환, 국제시장-외 순환)이라는 내수 위주, 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밖으로 나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
또 예전처럼 선진국 정책을 따르던 전략이 아니라 산업 자체를 고부가가치로, 신(新)에너지 등으로 구조를 바꿔 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5%대 성장률이라면 적정하다고 얘기한다.


-작년 관심을 받았던 일본 경제의 부활은


▲강대현 주일본대사관 참사관= 일본은 그동안 디플레이션에 빠져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공급망 교란 이슈로 인해 이례적 물가상승을 경험 중이다. 물가상승만큼 임금 상승이 이뤄져야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경기를 받쳐준다.
기시다 정부가 역점 두고 있는 게 이런 부분이다. 일본 임금은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다. 작년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3.58% 임금 상승이란 높은 수준의 협상 결과를 냈다. 올해는 더 높은 임금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분위기다.

기업들도 '잃어버린 30년'을 거치며 체질 개선했다.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엔저(円低) 영향으로 도요타 등 수출기업 실적도 좋다. 국제자금이 중국 쪽에서 빠져나와 대체처를 찾는 과정에서 일본 주식시장에서 들어오고 있다. 이런 자금흐름과 엔저로 기업실적 좋아질 거란 기대, 기업들 지배구조 개선 노력 등이 주식시장의 긍정 요인이다.


-유럽 경기상황, 올해 세계 경기전망은


기획재정부 재경관 좌담회, 이호근 주OECD대표부 참사관 /사진=김휘선
▲박진호 주벨기에대사관 1등서기관= 유럽경기는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회원국마다 차이가 있지만 물가상승률에 비해 낮은 유럽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확정적 재정정책도 지난해부터 긴축적으로 돌렸다. 통화정책도 금리인하 시기를 올 6~7월을 예상하는데 금리를 낮추고 재정 축소하더라도 경기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건 주OECD 대표부 공사참사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올해 세계성장률 전망치를 직전 3.1%에서 2.9%로 낮췄다. 상방 요인은 그동안이 산유국들의 감산을 미국이 증산으로 만회했고 원유 수요가 줄면서 유가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하방 요인은 지정학적 긴장이다. 이에 따라 식료품, 에너지 물가가 공급 측면의 비용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통화 긴축 지속도 굉장한 부담이다. 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국 중심의 무역정책 완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처럼 수출의존 경제는 영향을 받는다.

이호근 주OECD 대표부 참사관= 경제전망 트렌드가 바뀌었다. 펜데믹 땐 코로나19 대응하는 부분, 작년은 물가·금리 인상 등이 중심이었다. 최근엔 경기 모니터링 부분이 강조된다. OECD는 세계 경제가 완만한 둔화를 거쳐 내년에는 성장 정상궤도에 오르고 물가도 타격 영향이 줄지 않을까 하는 견해를 갖고 있다. 주의할 건 고금리가 지속되니까 후행적 효과로 주택시장 등 건설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여러 해 동안 경제 화두는 미·중 갈등이었다. 1년 새 변한 분위기는.


▲이제훈 주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 대선만 있는게 아니다. 상·하원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대선과 상·하원 선거를 같이 봐야 향후 미·중 갈등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는 경우보다 협상 전술, 징벌적 무역정책 도구로 다른 나라와의 무역수지 불균형 시정 노력이 강해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있다.
특히 트럼프는 국가적 동맹에 대한 가치보단 상업적 이익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한미관계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우리나라 대(對)미 무역수지 흑자에 대해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고재신 주상하이 총영사관 영사= 중국 정부는 주요 강국의 자국 무역 보호 등 일방적 조치에 대해 굉장히 유감을 표한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강도 차이는 있겠지만 미·중 간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조치들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비해 중국 정부는 국산 내재화를 계속 추진하는 상황이다. 반도체가 관건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 기조를 고수한다. 이런 추세 속에서 자국 내 산업생태계가 유지될 것인지에 대해 민간의 걱정이 있다.

이호근 주OECD 대표부 참사관= 미·중 갈등은 글로벌 공급망 체계 개편과 연결된다. 펜데믹 기간 동안 각국 봉쇄정책으로 체계가 흐트러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분야 공급 쪽이 그렇다. 세계 각국이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OECD는 무역 장벽이 높아졌다고 한다. 전 세계 후생에 부정적 영향 미친다고 진단한다. 이에 각국은 △리쇼어링·프렌드쇼어링 등 자국·우방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 가치공유를 강화한다든지 △주요 원자재 축적 △수입선 다변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재경관 좌담회, 고재신 상하이총영사관 영사 /사진=김휘선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줄어드는데 어떤 문제인가.


▲배정훈 주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 작년 말부터 미국으로 바뀌었지만 연간 전체로는 중국이 교역규모, 수출 등에서 위상을 갖고 있다. 대중국 무역적자에 대해선 현지에서 전문가들은 경기둔화로 수요가 줄어 수출·수입이 많이 둔화됐다고 한다.
여기에 중국의 중간재 자립도가 높아지는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반도체 관련 수입을 줄이고 있다. 결과적으론 경기적 요인, 구조적 요인이다. 중국의 경제발전 단계가 전환되고 있다. 양적 성장을 내수 위주로 돌리고 인위적 성장을 벗어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려는 의도다.

고재신 주상하이총영사관 영사= 국내 기업이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수출하는 구조는 중국 내수 기업들과 경쟁 관계로 바뀌면서 어렵다.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 수요가 늘어나는 분야를 봐야 한다. 예컨대 고령화에 대비해 메디컬, 바이오, 소비재 분야 등에서 수출 품목을 발굴해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각국의 감정은


▲박문규 주뉴욕 총영사관 부총영사= 뉴욕 같은 경우는 미국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기조 아래 일본·한국의 투자가 많이 늘었다. 현지에선 미국 내 한국 자동차나 K-컬처, 한류 레스토랑 산업이 열풍이다. 월가에서 코리안(한국인)에 대한 견해도 예전보다 밝아졌다.

고재신 주상하이 총영사관 영사= 중국 상하이에 3개 성이 있다. 우리나라 교민 수가 10만명까지 갔는데 지금은 4만명 정도다. 60%가 줄었다. 유학생 수 는 더 급격히 줄고 있다. 중국 주재원도 부족하고 법인장들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다만 지방정부는 아직 괜찮다. 한국기업이 많은 관할지역은 6000개 정도다. 예를 들어 옌청은 기아차 들어가서 지역에 기여를 한다. 따라서 한국방문을 희망하고 투자유치 적극적으로 원하는 분위기가 있다. 예전에 비해 한국에 대한 중국 젊은 층의 우호적 분위기가 덜하지만 중국 내 경제주체들은 여전히 한국을 좋은 파트너로 생각한다.

강대현 주일본대사관 참사관= 현지 나와 있는 기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일 관계 회복 이후 일본 기업들이 우리나라 중소기업 협력에 호응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양국 방문 측면에선 작년 한국 방문 외국인 중 일본인이 가장 많고 일본 방문도 한국인이 가장 많았다. 최근 일본 내각부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 사람 호감도, 한일관계 개선 바라는 의견이 높아진 걸로 나온다.

기획재정부 재경관 좌담회, 강대현 일본대사관 참사관 /사진=김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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