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 놓은 아내와 하루, 당구 더 잘 되네요" 조건휘 꿈의 첫 우승! '4년 인내' 결실은 달콤했다 [PBA 투어]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 2024.02.13 10:09
조건휘(오른쪽)가 12일 2023~2024 PBA 투어 8차전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 승리로 우승을 차지한 뒤 아내 김동원씨와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PBA 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는 조건휘. /사진=PBA 투어
프로 원년 2번째 대회 만에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다. 그러나 다시 결승에 오르기까지 무려 4년하고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조건휘(32·SK렌터카 다이렉트)는 그렇게 다시 찾아온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조건휘는 12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PBA 투어 8차전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임성균(27·하이원리조트 위너스)을 세트스코어 4-3(15-5, 6-15, 5-15, 15-7, 6-15, 15-7, 11-9)으로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신정주(하나카드)에게 패한 프로 원년 2차 투어에서 결승전 이후 4년 6개월 17일, 1662일 만에 결승 무대에 올라 드디어 꿈에 그리던 프로 첫 우승을 이뤄냈다. 35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을 달성하며 상금 1억원도 품에 안았다.

PBA 19번째 챔피언이자 국내 선수로는 10번째 우승자가 됐다. 우승 포인트 10만점을 쌓은 조건휘는 이번 시즌 종전 26위(3만6500점)에서 6위(13만6500점)로 점프했고 '제비스코 상금랭킹'에서도 33위(950만원)에서 6위(1억950만원)로 수직 도약했다.

꾸준히 상위권 무대에 올랐던 조건휘의 올 시즌 최고 성적이 16강. 하지만 8차전에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28강에서 김영원(3-1), 64강에서 고상운(3-0)을 꺾었고 32강에서 우승자 출신 비롤 위마즈(튀르키예·웰컴저축은행)를 3-0으로 꺾으며 남다른 기세를 자랑했다. 8강에선 권혁민을 3-2, 4강에선 이번 대회 돌풍의 주인공 박기호마저 4-2로 잡아내며 커리어 2번째로 결승 무대에 올랐다.

신중히 샷을 준비하는 조건휘. /사진=PBA 투어
조건휘(왼쪽)가 득점 후 다음 공을 구상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한 세트씩 주고받는 접전의 반복이었다. 매 세트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첫 세트는 조건휘가 4이닝까지 11-4로 기선을 제압한 후 6이닝서 남은 4득점을 채워 15-5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20대의 파워'가 만만치 않았다. 임성균이 2세트 1-3으로 끌려가던 중 4이닝부터 7이닝까지 공타 없이 1-3-3-5득점하며 15-6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3세트는 첫 이닝부터 6점을 낸 임성균에게 내줬지만 4세트는 7-5-3득점하며 3이닝 만에 조건휘가 다시 가져왔다. 세트스코어는 2-2 다시 동점.

5세트엔 다시 임성균이 4이닝 동안 공타 없이 12득점하며 앞서갔다. 조건휘가 3이닝 동안 6득점하며 반격했으나 이후 집중력에서 임성균이 앞섰다.

조건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6세트 첫 공격을 하이런 8점으로 연결하며 앞서갔고 2,3이닝서 1득점씩, 6,7이닝에서 연속 득점하며 결국 승부를 7세트로 끌고 갔다. 오후 9시 30분에 시작한 경기는 이미 자정을 넘어 1박 2일 경기로 진행됐다.

7세트에서도 우승에 먼저 다가선 건 임성균이었다. 2이닝에 3득점, 4이닝 6득점으로 먼저 9-2로 단 한 걸음만을 남겨뒀다. 그러나 조건휘의 한 방이 빛났다. 한 점씩 차곡차곡 쌓아나간 조건휘는 하이런 9득점하며 임성균에게 기회를 넘겨주지 않고 곧바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챔피언샷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는 조건휘. /사진=PBA 투어
우승 후 기뻐하는 조건휘(아래)와 함께 감격하고 있는 아내 김동원씨(위, 왼쪽에서 3번째). /사진=PBA 투어
조건휘(아래)와 아내 김동원씨. /사진=PBA 투어
PBA 투어에 따르면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조건휘는 "매일 TV로만 우승 시상식을 보다가 막상 우승하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그저 기분이 좋다"며 "7세트에서 터진 하이런 9점이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너무 좋다. 이 우승 트로피를 한 번 만져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임성균의 기세가 워낙 좋았다. 7세트 9점을 몰아치지 못했다면 우승자가 바뀔 수도 있었다. 조건휘는 "아무 생각 없었다. 그냥 한 번의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마지막 세트는 11점이라 짧고, 뱅크샷도 있다. 한 번만 기회가 오면 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사실 장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공 하나 하나에 신경 썼다. 후득점을 위한 포지션이나 수비를 신경 쓰지 않고 1득점만 내자고 생각하면서 집중했던 것이 주효했다. 지고 나서 후회하는 것 보다 저지르고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수비 생각 없이 시원하게 쳤다"고 승리의 요인을 높은 집중력과 과감함으로 꼽았다.

첫 결승전 이후 4년 6개월이란 시간이 흘러 다시 오른 무대다. 당시 1-4로 패했던 조건휘는 "(당시 경험이) 도움이 됐다. 당시 첫 결승에서 허망하게 졌기 때문에 너무 아쉬웠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저만의 스타일로 치자고 계속 생각했다. 일단 '무조건 공격'이라는 마음으로 한 점, 한 점에만 집중해서 쳤다"고 전했다.

팀리그에서도 꾸준히 활약했으나 이후 굵직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시즌은 강등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그는 "(첫 결승 진출 후 ) 크게 힘든 건 없었지만 지난 시즌 개인투어 마지막 대회에서 16강까지 가지 못했다면 Q스쿨로 강등되는 상황이었다. 팀리그 선수가 큐스쿨로 강등되면 바로 방출인데 그 걱정 때문에 힘들었다"며 "결국 살아남았지만 올 시즌에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도록 당구를 조금 '즐기면서 치자'고 마음먹었더니 올해는 꾸준히 좋은 성적이 나왔고, 오늘과 같은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전 변화를 준 게 그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조건휘는 "경기 전 일주일 전부터 연습 방식을 바꿨다. 하나를 치고 나면 수비와 공격을 모두 생각했었는데 스스로 지치더라"며 "이번엔 매 세트에서 이기든 지든 훈련하는 당구장에서 치는 것처럼 쳤다. 이제 내 스타일을 찾은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조건휘가 우승 후 테이블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우승 확정 후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상금 1억원을 전달받는 조건휘(왼쪽). /사진=PBA 투어
이어 "나는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다른 잘 치는 선수들은 포지션도 생각한다. 나도 몸에 배어 있는 건 있지만 그렇게까지 많이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지금은 이게 잘 맞는 것 같다. 한 5년 정도 지나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포지션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내내 지켜보며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누구보다 기쁨을 감추지 못한 아내 김동원씨도 이번 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조건휘는 유명한 연습벌레다. "4강 전날 집에 들어가니 새벽 1시였다. 바로 씻고 잔 뒤 5시간 전에 다시 당구장에 나가서 연습하는 식"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아내와 작은 마찰도 있었다. "(나의 연습 스타일로 인해) 아내와 의견이 안 맞기도 했다. 원래는 일주일 내내 당구만 쳤는데 이젠 하루 정도는 아내와 시간도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구가 더 잘 맞는 것 같다"며 "아내가 우승 후 잘했다고 말해줬다. 32강에 올라갔을 때부터 계속 잘했다고만 해줬다. 그래서 더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마음의 여유를 준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원래도 예민한 성격인데 당구선수라고 거기에만 몰두하면 너무 예민해지더라"며 "프로는 집착해야 하는데 너무 과한 건 독이 된다. 일주일에 한 번은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게 좋다. (새) 대회가 코앞이라 이번에도 당구장에 살겠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는 큐를 쳐다보지도 않고 와이프와 맛있는 것도 먹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릴 적 당구장을 운영하시던 아버지 덕에 큐를 잡게 됐다. 힘든 길이었지만 한 번도 반대는 없었다. "부모님께서는 '너의 인생이니까 알아서 하면 된다'고 하셨다. 반대는 없었고 늘 응원만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프로 35번째 대회 만에 드디어 정상에 섰다. 아마 시절에도 꾸준히 잘했다기보다 한 번씩 굵직한 성과를 냈던 그다. 조건휘는 "(2018년 우승이) 처음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상위권에 꾸준히 들면서 차근차근 올라가는데 당시 나는 계속 32강 정도에 머무는 선수였다. 그때와 지금도 비슷한 것 같다"고 이번 대회 운이 좋았다고 전했다.

조건휘(오른쪽)와 결승 상대 임성균. /사진=PBA 투어
장상진 PBA 부총재(왼쪽부터), 우승자 조건휘,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소감을 밝히고 있는 조건휘. /사진=PBA 투어
큰 산을 하나 넘었다. 앞으로 탄탄대로가 펼쳐질까. 조건휘는 "그래야 하는데 우승자라는 부담감이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받다보면 (못 했을 때) 주눅이 들까봐 겁도 난다"면서도 "그것에 맞춰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젠 다시 새로운 목표를 잡는다. 조건휘는 "우승을 했으니 한 번에 만족하지 않고 도태되지 않도록 발전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당구를 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20대 파워' 임성균(27·하이원리조트 위너스)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PBA 투어 출범 후 2번째 20대 우승자 등극과 함께 최초의 드림투어 출신 챔피언 영예를 노렸으나 아쉽게 무산됐다.

임성균은 "첫 결승이라 얼떨떨하기도 했는데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마지막에 7세트 6점을 치고나서 9-2가 됐을 땐 이긴 줄 알았는데 (조)건휘 형이 9점을 예술같이 쳐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기가 됐다(웃음)"며 "사실 기회 한 번은 주실 줄 알았는데 끝내더라. 내가 못 치고 경기를 졌으면 많이 화가 났을 텐데 내 경기력도 괜찮았기 때문에 인정했다. 하이런 칠 때 한번은 달라고 속으로 기도했다. 기회가 오면 '자신있었다'라기 보다는 무조건 기회가 오면 쳐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준우승 상금으로 3400만원을 얻었다. 임성균은 "(어디에 쓸지는) 딱히 생각은 못했다. 통장에 넣어두겠다(웃음)"며 "경기를 잘 했지만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이번 대회 때 운도 좀 많이 따르기도 했다. 이제 마지막 투어도 다음 시즌에도 부족한 부분을 계속 채워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대회 한 경기서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상금 400만원)은 대회 32강서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휴온스)를 상대로 3.750을 기록한 '무명돌풍' 박기호가 받았다. 또 한 큐에 세트의 모든 득점인 15점(마지막 세트 11점)을 한 번에 달성하면 주어지는 'TS샴푸 퍼펙트큐'상(상금 1000만원)은 대회 16강 박주선과의 경기 2세트서 15점을 낸 권혁민이 차지했다.

시즌 8차 투어를 마친 PBA는 오는 20일부터 이번 시즌 마지막 정규투어인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을 치르고 다음달엔 왕중왕전 격인 월드챔피언십에 돌입한다.

준우승자 임성균(왼쪽). /사진=PBA 투어
퍼펙트큐의 주인공 권혁민(왼쪽)이 장상진 PBA 부총재와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웰뱅톱랭킹 수상자 박기호(왼쪽)가 김대웅 대표로부터 상금을 수여받고 있다. /사진=PBA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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