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밖 청소년, '컴백홈' 대신 독립…돈 관리 가르치고 취업 돕는다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김지현 기자 | 2024.02.13 09:00

[MT리포트] 돌아갈 곳 없는 청소년들 (下)

편집자주 | 일명 '가출 청소년'이라고 불리는 '가정 밖 청소년' 문제는 오랜 시간 우리 사회와 함께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사각지대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들을 보호하는 청소년쉼터에선 인력과 예산 부족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런 탓에 전문성은 떨어지고 시설은 낙후된 사례가 적지 않다. 누구보다 따뜻한 집을 원하지만, 돌아갈 집도 대안이 될만한 집도 없다는 '가정 밖 청소년'들의 사정을 들어보고, 그들에게 필요한게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주거안정부터 취업까지…'가정 밖 청소년 독립' 어떤 지원하나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왼쪽 첫번째)이 지난해 12월 서울 은평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을 방문해 센터의 취업지원을 받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 소감을 듣고 격려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현재 대학에서 상담을 전공하고 있는 A씨는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했다. 이후 중학생 때까진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가정폭력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A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집을 나와 청소년쉼터에 들어갔다. 의식주를 제공받으며 큰 어려움 없이 지내다가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됐지만 금전 요구를 거절하다 갈등이 생겼다. 잠시 고시원에서 지내던 A씨는 청소년자립지원관을 알게된 후 심리 상담과 병원비 지원, 생필품 지원, 자격증 취득 지원, 경제금융 교육 등 자립에 필요한 지원을 받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주택에도 입주했다.

정부는 A씨와 같이 가정 밖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위해 다양한 자립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쉼터 퇴소 청소년 자립지원수당을 인상하고 주거·취업·교육 등 가정 밖 청소년의 자립과 사회 복귀 지원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청소년복지 지원법'에 자립지원 조항을 신설하고, 쉼터에서 퇴소하는 청소년 자립지원수당 단가를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했다. 또 수당 지급요건을 완화하고 지원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기 위한 예산도 반영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가정 밖 청소년 자립지원에 대한 구체적 근거조항 없어 사업의 안정성이 부족했다"면서 "경제·주거·취업·교육 등 구체적 자립지원 법적 근거를 마련해 맞춤형 지원 강화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청소년복지시설인 청소년쉼터(가정 밖 청소년의 신속한 가정복귀와 사회진출 지원)와 청소년자립지원관(가정 밖 청소년의 안정적 주거, 취업준비 및 독립생활을 지원) 운영도 강화하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해 청소년쉼터 퇴소 이후 추가적 자립지원을 위한 청소년자립지원관을 제주, 강원 지역에 추가 설치해 11곳에서 13곳으로 늘렸고 야간 보호 상담원도 전년보다 60명 늘어난 191명을 채용했다.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주거·취업·교육 등 지원도 힘을 쏟고 있다. 소년소녀가정 등 전세임대주택, 청년전세·매입임대주택 등 LH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권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기준 LH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수가 164명으로 전년(119명) 대비 크게 늘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가운데)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 2번째)이 지난해 4월 19일 경기 군포시에 위치한 경기남부청소년자립지원관에서 열린 ‘다함께 나눔프로젝트’ 행사에 참석해 기부를 실천한 기업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석장 이디야커피 대표, 최 회장, 김 장관,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사진제공=여성가족부

여가부는 아울러 청소년복지시설 청소년을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청년일경험 지원사업 등의 우선지원 대상에 포함해 취업 촉진과 진로설정·직무탐색 지원을 강화했다. 해외 현장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파란사다리 사업 우선선발 대상에도 청소년복지시설 입·퇴소 대학생을 포함시켰다.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민간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한은행은 청소년의 납입액만큼 은행이 매칭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개설해 최초로 가정 밖 청소년의 자산 형성을 지원했고 SK그룹은 청소년자립지원관을 이용하면서 자립을 준비 중인 가정 밖 청소년을 위해 주 3식의 '행복도시락'을 배송했다. 행복도시락을 받은 한 청소년은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건강하고 영영소를 고루 갖춘 한정식을 먹을 수 있어 식비도 절약되고 행복하다"며 "꾸준히 보내주시는 노력 덕분에 변화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성가족부와 SK가 가정 밖 청소년에게 제공하는 행복도시락./사진제공=여성가족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답 아니다"…해외선 '가정 밖 청소년' 어떻게?




'가정 밖 청소년'은 한국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미국 등의 국가는 가정 밖 청소년의 욕구를 다루고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육 지원 등을 하고 있다.

12일 국회입법조사처의 '홈리스(Homeless) 청소년 지원 입법·정책과제: 가정복귀 프레임을 넘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가출 및 홈리스 청소년법'을 근거로 가정 밖 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가정 밖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거리상담 프로그램은 거리에서 지내는 가출청소년 및 홈리스 청소년을 긴급쉼터로 안내하고 생계지원, 개인상황평가, 정서 및 심리치료,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기본서비스 프로그램은 가출 청소년이 단기 쉼터에 3주간 머물면서 의식주를 제공받고 상담 등 욕구에 따른 서비스를 받도록 한다. 청소년 개인별로 사례관리자가 배정되고 가족중재 프로그램도 받을 수 있다. 전환주거 프로그램은 독립(자립)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18개월 이상 주거지원을 제공해 취업, 교육, 정신보건 서비스를 받도록 한다. 개인별 서비스 계획은 주기별로 사례관리자에 의해 평가되고 변동사항을 반영해 계획과 목표 달성 과정을 측정한다.

영국은 '홈리스 감소법'에서 홈리스 청소년 예방 및 구제에 관한 의무를 지방정부에 부과하고 있다. 16세나 17세 청소년이 가족 간 갈등으로 현재 홈리스 상태이거나, 홈리스의 위기에 직면하여 지방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면, 담당부서는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를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

이에 지방정부는 주거불안정 위기에 놓인 자에게 주거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주거위기가 홈리스로 전개될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 또 홈리스가 적절한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여기에 교정시설, 보호교육기관, 사회서비스 기관 등 공공기관에게 연계의 의무도 부여했다. 특히 청소년 홈리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기조 하에 학교, 청소년 대상 사회 서비스 기관, 보호종료청소년 지원팀의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국과 영국의 홈리스 청소년 지원은 '원가정 복귀'를 유일한 정책적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은 청소년에 대한 적극적 자립지원, 사후관리, 청소년 당사자에 대한 쉼터 입소동의권 부여, 청소년 주거권 보장 등이 홈리스 청소년의 안전한 자립과 성장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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