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산업연구원 등 유관기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당선 시 통상 관련 영향 등을 살피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철강 분야의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수출은 1157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4% 증가하며 우리나라의 2위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통상 정책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높은 관세를 부과해 무역적자를 낮추는 것을 꼽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대부분의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기본 관세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외국이 자동차나 차 부품 등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무역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 7일 안덕근 산업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차 산업투자전략회의'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해 10%의 보편적 기본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수출은 173억8000만 달러(약 23조 원), 실질 GDP는 최대 0.308% 각각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전기차 전환 정책 폐지 등 기존 정책을 뒤엎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캠프는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1조 달러 가까운 적자의 큰 원인은 유럽, 일본, 멕시코, 캐나다, 한국에서 온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이라고 겨냥하기도 했다.
이 경우 바이든 정부의 IRA 정책에 발맞춰온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계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국내 완성차 기업의 미국 내 친환경차 점유율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IRA 등 통상현안에 적극 대응한 결과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은 316억 달러로 45.5% 증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2024년 말~ 2025년 초 이후 IRA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 불확실해진다. IRA 보조금 수혜를 기대하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마찬가지다.
관련업계에선 IRA가 이미 제정된 만큼 직접 폐지하긴 어렵지만 보조금 액수를 줄이거나 혜택 범위를 조정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친환경차 전환 속도를 늦추는 것도 우리 완성차업계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철강 수출도 우려된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이던 2018년부터 국가별 철강 수입 쿼터를 정하고 이를 넘을 경우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다양한 명목으로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첫 임기 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한 것을 성과로 거론한 만큼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 우리 정부가 바이든 정부와 맺은 한미 협력 등도 원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은 1년간 미국과의 관계에서 운신이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미국 대선 후 미국 정책이 바뀔 경우를 대비해 기업의 대응과 정부의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과 시나리오별 가능성을 두고 소통 중이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서 세미나를 열고 워싱턴 싱크탱크의 전문가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미국 대선 관련 동향을 살피고 있다. 관련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무역협회는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화당 인사들을 포함한 현지 주요 인사를 대상으로 미국 진출 현지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한국 동반자법안 통과 등을 위한 아웃리치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지난달 '대미 아웃리치 사절단'을 미국 워싱턴에 파견한 데 이어 오는 5~6월에도 파견해 동향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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