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탈무드에서 ESG를 바라보다

머니투데이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 | 2024.02.13 02:02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원장/사진=권다희 기자 /사진=권다희
새해를 맞으면서 '탈무드'를 다시 훑어봤다. 핍박을 받으면서도 가족과 민족의 생존을 위해 부의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월가 중심의 현대 자본주의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들은 탈무드에서 어떤 지혜를 배웠을까.

유대인들은 모든 사람은 3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고 봤다. 하나는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고 두 번째는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며 마지막은 스스로 성취한 이름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가장 가치 있고 명예로운 이름은 다름아닌 '스스로 성취해낸 이름'이라고 한다. 태어나면서 주어진 이름도 아닌, 지인이 쉽게 부르는 이름도 아닌, 살면서 이뤄낸 성취를 반영한 이름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이를 기업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간판에 적힌 내가 지은 회사명, 남들이 쉽게 부르는 사명, 우리 회사가 쌓은 신뢰와 업적을 담아서 불리는 '성취 사명'! 세상은 어느새 ○○주식회사라는 이름보다 그 앞에 수식어로 붙는 '착한 기업', 혹은 '존경받는 기업'을 더 애타게 찾지 않는가. "기업은 경제적 단위 그 이상이다"(Company is more than an economic unit)라고 선언한 다보스 매니페스토Ⅱ 에서의 기업의 정의는 탈무드에서 언급한 '스스로 성취한 이름'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탁월함에 이르는 방법과 관련해 유대인들이 즐겨쓰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바로 로시카탄(Rosh Katan)과 로시가돌(Rosh Gadol)이다. 로시카탄은 히브리어로는 '작은 머리'를 뜻하는데 일을 행함에 있어 자신에게 할당된 임무를 마지못해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반해 로시가돌은 '큰 머리'라는 뜻으로 아는 것에 머물지 않고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군대용어로도 많이 활용되는데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맡은 일 이상을 해내는 자세를 로시가돌이라고 한다. 착하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로시가돌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돈만 버는 것 그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큰 머리로 만들어가는 탁월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탈무드는 인간의 영혼은 3개로 나뉘고 이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봤다. 낮은 자아인 '네피시'는 감정적 영혼을, 중간 자아인 '루아흐'는 정신적 영혼을 뜻하며 높은 자아인 영적인 영혼은 '네샤마'라고 분류했다. 네샤마는 루아흐와 네피시를 지배하는 강력한 자아인데 유대인들은 네샤마와 더불어 살기를 갈망했다고 한다. 유대인들이 내린 네샤마와 더불어 사는 방법은 뭘까. '오랜 기간에 걸쳐 작은 일들을 바르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봤단다. 탈무드 중 '피르케이 아보트'에서는 '작은 선행이라도 계속해서 행하라. 그러면 죄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한 가지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낳으며 한 가지 죄는 또 다른 죄를 낳을 것이다"라고 했다. ESG를 체질화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로시가돌의 자세로 지금 당장부터라도 ESG가 담긴 작은 행동을 꾸준히 바르게 실천하는 것이 바로 탈무드에서 찾은 현시점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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