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은 2018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텍사스 은행에 사기 대출을 신청해 100만달러(13억원)를 타낸 전력이 있었다. 브라운은 분실된 신분증을 통해 미국의 주민번호 격인 사회보장번호를 알아낸 뒤, 이 번호로 신용카드 결제 등 금융거래를 일으켜 신용점수를 쌓았다. 점수가 충분히 쌓이면 은행 여러 곳에 거액의 대출을 신청하고, 대출 승인이 나면 돈만 챙겨 종적을 감추는 식이다. 신용점수를 쌓는 과정에서 명의가 도용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가지 않도록 금융거래를 거의 하지 않는 미성년자, 가정주부, 수감자들의 사회보장번호만 골라 사용했다.
━
미국 기관도 속았다…265억 뜯어낸 신종 금융사기━
미국 신용 검증 스타트업 센티링크(Sentilink)는 이런 금융사기범들을 전문으로 감시하는 기업이다. 브라운은 텍사스 은행 외에도 여러 은행에 사기 대출을 시도했으나, 센티링크가 잡아내면서 피해는 더 커지지 않았다. 당시 센티링크는 서로 다른 사회보장번호를 가진 여러 대출 신청인이 같은 집 주소를 쓴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대출을 막았다.
"그럴 리 없다", "당신들이 뭔가 착각한 것"이라는 전문가 반응은 사업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맥스 레브친 어펌 CEO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듣고 사업을 독려했고, 시드머니 유치부터 센티링크를 밀어줬다. 센티링크는 '디테일'을 무기로 사업을 넓혀나갔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통한 자동화가 금융계의 화두지만 자동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다는 게 센티링크의 철학이다.
━
모두가 "AI 자동화" 외칠 때 '수작업' 고집한 역발상━
예를 들어 대출 신청인의 전화번호가 기존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 신분위조일 수 있다고 보고 기관에 통보한다. 금융기록상 나타나는 행동 패턴도 분석한다. 운전면허증이 없는 사람이 차량을 리스한 기록이 발견되면 신분위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독하는 식이다. 판독 과정은 대부분 자동화돼 있지만, 모델 구축은 사기 사건 수만 건을 분석한 경험이 있는 대응팀 몫이다. 판독이 나온 사건도 추가 검토가 필요한 건으로 분류되면 별도로 대응팀 심사를 받게 돼 있다.
블루펠드 COO는 지난해 6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AI가 알아서 잡아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 큰 오해"라며 "센티링크는 AI를 인간이 하는 수작업을 빠르게 재현해 처리 규모를 키우는 수단 정도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해리스 CEO는 지난해 3월 포브스 인터뷰에서 "수작업으로 직접 신용 거래 내역을 검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센티링크는 매주 목요일 직군 구분 없이 전직원이 모여 1시간씩 위조신분 검증 작업을 실습한다고 한다. 지난해 3월 기준 직원 수는 75명이었다.
센티링크의 꿈은 신분위조 사기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 해리스 CEO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신분위조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너무 많다. 당연히 누려야 할 금융 접근성을 누리지 못해 안타까운 길로 빠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반드시 고쳐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