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대가족론 vs 마크롱의 '인구 무장' [우보세]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24.02.14 04:03

[우리가 보는 세상] 프랑스 25세부터 무료 난임검사 검토… 난임 예방에 중점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각) 모스크바의 구 러시아 박람회장(VDNKh)에서 열린 러시아 가족 가치 포럼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 참석해 한 소녀의 얘기를 듣고 있다. 2024.01.24.
"8명 이상의 자녀를 낳자. 대가족이 '표준'이다."

21세기에 국가 원수의 발언이라는 게 믿기지 않지만 러시아라면 가능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진심 어린 발언이다. 지난해 말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 러시아 인민위원회 화상 연설에서 푸틴은 인구를 늘리는 게 "향후 수십 년간 우리의 목표"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쟁으로 30만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하고(우크라이나 측 추정) 인구감소가 심화하자 해결책으로 과거의 대가족 '전통'을 끄집어낸 것.

"프랑스에는 아기가 필요합니다." 고상한 나라라고 표현이 그다지 우아하진 않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인구통계학적 재무장'(demographic rearmament) 계획의 일환으로 남녀 모두 출산휴가를 6개월로 확대하고, 난임 퇴치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로 1주일이 채 안 돼 대통령실은 25세부터 난임 검사를 무료화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파리=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파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경기 부양을 위해 자유주의 개혁에 나설 것이라며 국민 단결을 촉구하고 중산층을 위한 감세 등 각종 정책을 발표했다. 2024.01.17.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68명으로 전년(1.79명) 대비 떨어졌다. 2010년의 정점 대비로는 약 20% 감소했는데, 그렇다해도 우리나라의 0.7명 대비 2배가 넘는다. 유럽연합(EU) 국가들 중에선 프랑스의 출산율이 가장 높다. 출산율만 놓고 보면 우리가 더 절실한데, 정책은 프랑스가 더 현실적이다. 임신이 어려운 나이가 되도록 기다리지 말고 20대부터 난임 여부를 검사해 '출산 계획'을 앞당기자는 것.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억8600만명이 난임을 겪고 있다. 프랑스국립보건연구소(INSERM)에 따르면 임신이 어려워 병원 상담을 받는 프랑스 커플은 8쌍 중 1쌍. 2년간 노력해도 임신이 안 되는 커플이 10%에 이른다. 20대에는 임신할까봐 두려워하고 40대에는 어떻게든 임신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2024년 새해 첫 아기가 1월 1일 0시께 서울 강남구 강남차여성병원에서 태어났다. 엄마 임아연(38), 아빠 이주홍(44)씨 사이에서 태어난 남아 아홍이(태명)가 아빠가에 안기고 있다. 2024.01.01.
프랑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젊은이들에게 '35세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난임 위험에 대해 질문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오로르 베르제 연대와 자립·장애인부 장관은 "사람들이 너무 늦게 난임이라는 걸 알아차리므로 이(25세 난임 검사 무료)는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여성은 35세를 넘으면 생식 능력이 떨어지고 유산 빈도도 높아져 고위험 임신군에 속하게 된다. 특히 40대에는 체외수정(시험관 임신 시술)을 해도 임신 가능성은 낮고 유산 가능성은 높다.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거주지와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난임 시술비가 지원된다. 난임 부부가 아이를 갖게 정책적으로 돕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난임이 아닌 젊은이들이 난임의 고통 속으로 들어가지 않게끔 난임을 '예방'하는 건 더 중요하다. 보건복지부가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들에게 난소기능 및 초음파 검사에 10만원, 정액 검사에 5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 지원 대상이 결혼한 부부에게 한정돼있다. 난임 정책에 20대를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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