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네" 아무리 봐도 이상한 탄원서…챗GPT 범죄 국내 첫 기소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 2024.02.07 17:17
피고인이 챗지피티를 이용해 위조한 가짜 탄원서/자료=서울중앙지검

생성형 AI(인공지능) 프로그램인 'CHAT GPT(챗지피티)'를 악용한 범죄를 검찰이 기소하는 사례가 나왔다. 가족·지인 명의 탄원서와 함께 챗GPT로 만든 탄원서가 검찰에 제출됐는데 부자연스러운 문체를 의심한 검사가 이를 적발해냈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검사 김해경)는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국내에서 챗GPT를 악용한 증거조작·위조 범행을 기소한 첫 사례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필로폰 투약·소지 등 혐의로 기소된 뒤 같은 해 10월 법정구속됐다.

이후 A씨는 지인, 가족 명의 탄원서를 다수 제출하며 보석을 통한 석방을 시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피고인이 고양시 체육회와 협력해 공익활동을 많이 했으니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체육회 팀장 B씨 명의 탄원서를 지인을 통해 검찰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고양시 발전에 기여', '헌신적 노력', '다양한 프로젝트와 활동' 등 긍정적인 표현이 등장했지만 정작 피고인이 실제 어떤 활동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당내 불미스러운 일조차 정의라는 명목으로 홀로 싸우기도 하고'라는 다소 생뚱맞은 내용이 기재됐다.


탄원서를 검토하던 정기훈 검사(사법연수원 44기)는 문장이 번역문처럼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해 AI로 생성한 문서가 아닌지 의심해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해당 탄원서는 챗지피티를 이용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구치소에 있던 A씨로부터 탄원서 조작을 부탁받은 지인이 B씨의 명함을 참고해 '고양시 체육회, 공익활동, 당내 경선 문제 해결' 등 키워드를 넣어 탄원서를 만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고양시 체육회와 관련된 공익활동을 한 사실이 없음은 물론 B씨와도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조작된 탄원서를 전달받은 A씨는 B씨 이름 옆에 자신의 지문을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담당검사의 치밀한 검토와 적극적인 수사로 가짜 탄원서임을 밝혀낸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검찰은 생성형 AI기술을 악용한 증거조작, 위조 범행에 대해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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