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대 총기난사범 모친도 '살인죄'…정신 문제 알고도 권총 선물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 2024.02.07 12:06
미국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을 사망케 한 10대 소년의 어머니가 살인죄 유죄를 선고받았다. 자녀의 정신 건강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총기를 제공한 데 대해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10대 자녀가 저지른 대량 살인에 대해 부모에게 직접 책임을 물은 미국 최초의 사례다.

미시간주 옥스포드고등학교 총격범 이선 크럼블리의 어머니 제니퍼 크럼블리가 6일(현지시간)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배심원 평결을 듣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AFPBBNews=뉴스1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2021년 미시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을 사망케 한 이선 크럼블리(17)의 어머니 제니퍼 크럼블리(45)에 대해 희생자 1명당 1건씩, 총 4건의 과실치사로 유죄를 평결했다.

형량은 오는 4월9일 선고될 예정이다. 외신은 최대 1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봤다. 제니퍼의 남편 제임스 크럼블리(47)는 다음 달 아내와 같은 혐의로 재판이 예정돼 있다.

2021년 11월30일 범행 당시 15세였던 이선은 자신이 다니던 옥스퍼드고등학교에서 권총을 난사해 동급생 4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했다. 이선은 지난해 12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범행에 사용된 권총은 범행 며칠 전 부모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것이었다. 또 이선이 수업 중 피를 흘리는 사람을 그리고 "사방에 피", "생각이 멈추지 않아", "도와줘" 등의 내용을 담은 낙서를 해서 학교에 면담을 하러 불려갔음에도, 이들 부모는 학교에 총기를 사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고 이선을 집에 데려가지도 않았다. 부모가 학교를 떠난 뒤 이선은 총기를 난사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마크 키스트 오클랜드 카운티 검사는 제니퍼가 자녀의 어려움을 알아차리고 폭력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막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이선의 부모가 "이 모든 일을 막을 수 있었던 작고 쉬운 일들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니퍼의 변호인 섀넌 스미스는 최후 변론에서 "육아는 너무나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이며 어떤 엄마도 완벽할 수 없다. 이번 기소는 자녀를 키우는 다른 부모들에게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배심원단에 제출된 증거엔 2021년 4월 이선이 친구들에게 불면증, 편집증, 환청을 호소하고, 2021년 3월 어머니에게 집에서 악마의 소리가 들린다고 말한 메시지 등이 포함됐다. 또 이선의 일기장엔 "부모님이 도움이나 치료사에 대한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적혀있었다. 배심원단은 이날 평결을 내리기까지 이틀 동안 11시간의 숙의를 거쳤다.

이번 재판은 자녀의 폭력 범죄에 대해 부모에 책임을 물으려는 검찰의 노력을 보여주는 주목할 사례로 꼽힌다. NYT는 "미국에서 미성년자의 총기난사가 빈번해지는 가운데 자녀에 대한 부모의 책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다른 주에서 총기 폭력을 행사한 미성년자의 부모들이 무모한 행위와 아동 방임 등으로 유죄를 인정한 적은 있지만 이번에 적용된 과실치사 혐의는 훨씬 더 무거운 것이다. 부모의 부주의와 그로 인해 발생한 끔찍한 범죄의 심각성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부모의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마스 M 쿨리 로스쿨의 제프리 슈워츠 교수는 이번 판결이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며 "자녀가 집에 있는 물건으로 다른 사람에 해를 가했을 때 부모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시간대학교 로스쿨의 에코우 얀카 교수는 "이번 사건 후 '문제아를 키우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어디까지 내 책임일까'라고 생각하는 부모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미시간대학교 로스쿨의 이브 브렌시크 프리머스 교수는 학교 총격 사건에 부모가 연루됐음을 증명하는 게 매우 어려운 만큼 이번 판결이 비슷한 사건에서 부모에 대한 유죄 선고의 시작으로 보긴 어렵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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