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지정제 필요한지 검토"…한발 물러선 공정위, 왜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 2024.02.07 16:00

[MT리포트-플랫폼법이 온다]⑤

편집자주 | 거대 플랫폼기업의 시장 독점을 방지해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플랫폼경쟁촉진법. IT를 넘어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이끌어 온 네카쿠배(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는 한목소리로 반대에 나섰다. 오히려 공정한 경쟁을 환영할 것 같은 IT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시장 환경을 풍성하게 만든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안 추진 배경을 설명해도 이들이 이토록 격렬하게 반응하는 이유와 우려를 짚어본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소상공인연합회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4.1.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의 핵심인 '사전지정 제도'의 필요성을 재검토한다. 사전지정은 법상 4대 금지행위를 적용받는 독과점 플랫폼을 미리 선별하는 작업이다. 경쟁당국이 제정안에 대한 관계부처 협의를 마쳤음에도 업계의 반발, 미국과의 통상마찰 논란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법 제정과 관련해 "사전지정 제도가 필요한지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공정위가 구상했던 플랫폼법은 정부가 사전지정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4대 반칙행위인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사전지정 제도와 매출액·이용자 수 등 지정요건은 사실상 법안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위가 사전지정 자체를 재검토한다는 건 꽤 파격적이다.

조 부위원장은 "사전지정제도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고 플랫폼법 관련 이해관계자 등 의견 수렴 과정에서 지정제도 이슈에 대해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육성권 사무처장은 "특히 사전지정보다 업계 부담을 줄이면서 플랫폼 규율을 할 수 있는지 추가적인 검토를 하겠다"면서 "그 결과 다양한 대안이 나오고 선택지가 있으면 업계와 소통을 하면서 (제정안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슈링크플레이션 대응 관련 부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22.

그간 이어져 온 업계 반발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으로도 반칙행위 규제가 가능한데 법안을 신설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었다.


공정위는 이에 맞섰고 사전지정을 통해 사건처리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현행으론 플랫폼 독과점 행위에 대한 조사와 심의를 마치는데 2~3년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당국이 시정조치를 할때면 이미 해당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화했다는 게 공정위 논리다.

육 처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도 "플랫폼법 제정이 늦어지면 공정위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기업들은 반칙행위를 해서라도 선두 사업자가 돼야 한다는 강한 유인을 갖게 된다"며 "한번 선두주자가 되면 그 관성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플랫폼법의 제정 취지는 현재도 유효하다. 이날 조 부위원장은 "법을 제정하는 건 플랫폼이 반칙행위를 통해 성장하고 나서 수수료, 가격을 올리고 경쟁사가 시장에 들어오는 걸 막으면 그 피해는 국민이 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법으론) 시장지배력이 큰 사업자를 지정,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의 관련해선 조 부위원장은 "충분히 했다. 플랫폼법 관련해서 큰 틀에선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육 처장은 "공감대가 형성됐는데도 법안 공개를 미룬 것은 업계나 학계 전문가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니 학계 전문가들과 검토를 거쳐 업계 등 이해관계자와 만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논란에 대해선 조 부위원장은 "미국 상공회의소와 국내와 동일한 수준으로 의견을 듣고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대로라면 플랫폼법 발표는 기약 없이 미뤄진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법 제정안을 장기간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조 부위원장은 "발표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 검토해서 논의되고 만들어지면 그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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