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을 비롯해 USA 투데이와 디 애슬레틱 등은 7일(한국시간) 소식통을 인용, "클레이튼 커쇼가 LA 다저스와 재계약에 합의했다"면서 "이로써 커쇼는 17시즌 동안 LA 다저스맨으로 뛰게 됐다(Kershaw to return to Dodgers for 17th season)고 보도했다.
미국 매체 USA 투데이에 따르면 커쇼와 다저스의 계약 기간은 1년이다. 다만 2025시즌에는 선수가 행사할 수 있는 옵션이 계약사항에 포함돼 있기에, 커쇼가 계약 연장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제 커쇼는 오는 9일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17년째 LA 다저스에서 뛰는 선수가 된다.
LB.com은 "소식통에 따르면, LA 다저스가 그들의 오랜 프랜차이즈 에이스인 커쇼와 계약에 합의하면서, 다시 팀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The Dodgers are bringing back their longtime franchise ace, agreeing to a deal with southpaw Clayton Kershaw, a source told MLB.com on Tuesday)"면서 "다저스는 오는 9일로 예정된 메디컬 테스트를 앞둔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확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MLB.com은 "커쇼는 메이저리그에서 17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LA 다저스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패한 뒤 왼쪽 어깨 수술을 받았다. 이에 오는 여름까지 복귀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Kershaw is set to return for his 17th big league season, though he isn't expected to be available until sometime next summer after undergoing surgery on his left shoulder following the Dodgers' loss to the D-backs in the NLDS)"고 전했다.
사실 커쇼는 지난 2023시즌 내내 왼쪽 어깨 상태가 심상치 않으면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해내지 못했다. 커쇼는 지난해 6월 말 왼쪽 어깨 부상을 당한 뒤 수술을 하지 않은 채 나머지 시즌을 소화했다. 그렇지만 이는 악수가 됐다. 구속 감소는 물론 제구력까지 불안정해진 것. 커쇼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⅓이닝(35구) 동안 6피안타(1홈런) 1볼넷 6실점의 충격적인 투구 내용을 보여주며 고개를 숙였다. ESPN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투수가 5안타와 5실점을 각각 허용한 뒤 첫 아웃카운트를 잡은 건 커쇼가 최초였다. 커쇼가 1차전(2-11 다저스 패배)부터 무너진 다저스는 결국 2차전과 3차전을 허무하게 내주며 스윕패로 탈락의 쓴맛을 봤다. 당시 LA 다저스는 디비전 시리즈도, 챔피언십 시리즈도 아닌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었기에, 다저스 팬들의 허무함은 몇 배에 달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그 당시 커쇼는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한 뒤 "커쇼에게 본인의 미래에 관해 물었는데, 그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LA 다저스는 빼어난 정규 시즌 성적을 올렸지만,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커쇼에게 있어서 이번 시리즈 패배는 자신의 마지막 야구 인생을 두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커쇼도 시리즈 탈락 후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끔찍한 결말이다. 그러나 내 감정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팀이 디비전시리즈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게 더욱 아프다. 그 부분이 가장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최근 3년 동안 커쇼는 그야말로 예전의 커쇼가 아니었다. 3시즌 연속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고전했다. 그래도 베테랑의 관록은 여전했다. 그리고 2023시즌 종료 후 3번째 FA를 맞이한 커쇼는 좀처럼 다저스와 계약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특히 다저스는 2024시즌을 앞두고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라는 거물급 투수들을 비롯해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까지 품에 안으며 전력 보강을 착실하게 했다. 이에 커쇼가 이들한테 밀리면서 고향팀인 텍사스 레인저스로 향할 수도 있다는 현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텍사스는 이미 맥스 슈어저(40)와 제이콥 디그롬(36)이라는 베테랑 원투펀치가 있는 상황. 커쇼는 결국 다저스와 2024시즌에도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LA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7차례 차지한 명문 구단이다. 특히 최근 11시즌 동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10회, 월드시리즈 3회 진출 및 1차례 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구단 최다승(111승)을 포함해 5차례 100승 이상의 성적을 냈다. 또 유일하게 지구 1위를 놓쳤던 2021시즌에는 1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1경기 차 뒤지긴 했으나, 그래도 106승이나 올렸다.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다저스는 코로나19로 인한 단축 시즌 체제로 진행됐던 2020시즌 꿈꿔왔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커쇼는 유독 가을야구에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커쇼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39경기에 등판해 13승 1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49로 정규시즌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커쇼가 LA 다저스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중 한 명인 샌디 쿠팩스(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0.95)에 비해 평가절하되는 이유다.
지난 10일에는 결국 커쇼가 다저스에 남을 것이라는 현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디 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 짐 보든은 지난 10일 "다저스가 커쇼의 컴백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팀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보든은 과거 신시내티 레즈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단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커쇼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낮지 않다. 지난해 MLB.com이 선정한 빅리그 FA 선수의 등급에서 커쇼는 3티어에 이름올 올렸다. 1티어는 오타니 한 명이었으며, 같은 3티어에는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32·LA 다저스) 등이 있었다.
당시 보든은 "커쇼가 텍사스로 이적하는 것보다는 다저스 잔류가 더 쉬울 것"이라 했다. 그 이유로는 오타니가 꼽혔다. 오타니는 지난해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26억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마이크 트라웃, 12년 4억 2650만 달러)을 넘어 전세계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몸값 신기록이었다. 보든은 '이제 다저스가 커쇼 시대를 지나 오타니 시대로 새 출발을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저스는 커쇼가 팀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미국 지역지 LA 타임즈는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커쇼와 가족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커쇼가 다저스에서 커리어를 마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커쇼는 지난해 말 한 팟캐스트에 출연,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건 없다. 아내와 상의하고 있다". 내면에서는 이전처럼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결국 그는 다저스와 1년 더 동행하면서 우승 반지에 도전장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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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06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다저스에 1라운드 7순위로 지명받은 커쇼는 짧은 마이너리그 생활 후 2008년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첫 시즌부터 22경기(21선발)에 등판해 5승 5패 평균자책점 4.26의 성적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여준 커쇼는 2009년 17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첫 3시즌 동안 9이닝당 볼넷이 3~4개로 다소 불안한 제구를 보였던 커쇼는 2011년 드디어 만개에 성공했다. 그해 9이닝당 2.1볼넷을 기록한 그는 21승 5패 평균자책점 2.28 248탈삼진으로 투수 트리플 크라운에 올라 생애 첫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이후 5년은 그야말로 커쇼의 최전성기였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그는 159경기에 선발로 나와 1128이닝을 던지며 88승 33패 1249탈삼진 242볼넷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위 4연패(2011~2014년), 다승 1위 2번(2011, 2014년), 탈삼진 1위 3번(2011, 2013, 2015년) 등 리그를 지배했다.특히 2013년과 2014년은 투·타를 통틀어서도 내셔널리그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로 등극했다. 2013시즌에는 33경기에서 16승 7패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하며 사이영상 탈환과 함께 MVP 투표에서도 처음으로 10위권 안에 들었다(7위). 이어 2014년에는 200이닝도 소화하지 못했음에도(198⅓이닝) 21승 3패(승률 0.875) 239탈삼진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하며 사이영 2연패와 동시에 MVP에 등극했다. 내셔널리그에서 투수가 MVP를 수상한 건 1968년 밥 깁슨(당시 세인트루이스) 이후 무려 44년 만이었다. 커쇼는 2015년에도 232⅔이닝을 소화하며 처음으로 리그 이닝 1위에 올라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듬해 허리 부상으로 2개월 넘게 결장하며 149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이후 커쇼는 '유리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닝 소화력이 줄어들었다. 2016년부터 8시즌 동안 규정이닝(162이닝)을 채운 시즌이 단 두 번(2017, 2019년) 밖에 없었다. 지난해 6월 어깨 통증을 포함해 커쇼는 최근 3년 동안 무려 6번이나 부상자 명단(IL)에 등재됐다. 그래도 커쇼는 커쇼였다. 2023시즌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24경기에 등판해 13승 5패 평균자책점 2.46의 성적을 올렸다. 131⅔이닝 동안 137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과연 커쇼가 2024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벌써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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