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들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이 회장 뿐 아니라 미전실 핵심 임원들, 나아가 미전실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룹 전반의 현안을 조율하고 중장기 성장전략을 주도해 온 미전실은 삼성그룹 경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다. 총수 직할 조직으로서, 과거 △회장 비서실(1959~1998년) △구조조정본부(1998~2006년) △전략기획실(2006~2008년) 등의 형태로 존재하다 2008년 '삼성 특검'으로 사라졌다. 그러다 2010년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부활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의 '창구' 중 하나로 꼽히며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에 참석한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에 관해 정말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선대 회장께서 만들었고, 회장께서 유지해온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국민이나 의원들의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약속했고, 실행에 옮겼다. 미전실 기능은 △삼성전자(사업 지원) △삼성물산(설계·조달·시공) △삼성생명(금융 경쟁력 제고)중심의 3개 태스크포스(TF)팀으로 분산됐다. 조직 자체가 일시적인 TF 형태로, 그룹의 현안을 챙기고 아우르며 비전을 제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TF는 (계열사가) 일을 벌이지 못하게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 계열의 경우 사실상 그룹의 입김이 닿지 않아 이런 현상이 더 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을 전담하는 조직이 없으니 미전실 해체 이후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삼성의 M&A 등도 사실상 중단됐다. 과거 미전실은 실장, 실차장 산하에 사장급 팀장이 이끄는 8개 팀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전략1팀(삼성전자 등 전자계열 중심)과 전략2팀(비전자계열)이 미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했다. 9조원을 투입해 인수한 하만 등 굵직한 인수합병(M&A)과 화학, 방산계열사 매각 결정도 이곳을 통해 이뤄졌다.
삼성 그룹 내부에서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삼성이 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합쳐 현재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히 진단하고, 더 나아가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선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줄곧 제기돼 왔다. 기존 기능을 되살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삼성은 다양한 통로를 통해 가능성 등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료들을 잇따라 영입한 것이 컨트롤타워 부활 준비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현재까지는 컨트롤타워 재건을 위한 제반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만약 (미전실 부활)결정이 내려진다면 올 연말 정기인사 시점에 맞춰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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