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이 카카오 선물하기 이용 데이터나 카카오 택시·대리운전 사용자들의 결제데이터, 카카오페이 이용자 지표 등 10억건의 데이터를 내놨다. 다날, 롯데멤버스, 교보문고 등은 소액결제 스코어와 각사별 멤버십 서비스 통합등급 데이터 등 6600만건의 데이터를 제공했다. LG유플러스는 1억2300만건에 이르는 통신이용 정보를 공급했고 코리아크레딧뷰로, NICE평가정보, 금융결제원 등은 5억7700만건에 이르는 전국민 신용데이터 및 자동이체 정보 등을 내놨다.
총 17억7500만건 규모의 이 정보들은 가명처리됐다. 데이터의 일부를 삭제 또는 비실명화해서 특정 개인 식별 가능성은 대폭 낮추고,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산출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로 가공한 것이다. 덕분에 저연령층이나 금융이력이 부족했던 이들이 좀 더 낮은 금리로, 또는 더 많은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은행도 대출가능 고객군을 넓히는 효과를 거뒀다. 이들 11개 기업·기관의 합동 프로젝트는 지난해 '가명정보 활용 우수사례 경진대회'의 우수 사례 부문 대상 수상 5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는 데이터 기반 경제가 가지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가명정보는 이처럼 공공·민간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된다. 특히 AI(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해 가명정보는 필수적이다.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한 AI모델의 학습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및 유출·노출을 막을 수 있어서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 SK텔레콤도 가명 데이터 활용 분야에서 우수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경진대회에서 SK텔레콤이 참여한 2개 프로젝트가 우수 사례 부문 대상을 받았다. 서울시 거주자의 통신 데이터를 가명화해 서울시 1인 가구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고객별 이동 및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제공해 코로나 대유행 시기 지역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 SK텔레콤이 송사에 휘말렸다. 자신의 개인정보를 가명처리 하지도 말고, 활용하지도 말라는 이용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해 1, 2심에서 잇따라 패소한 것이다. 가명처리 과정에서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보니 SK텔레콤과 같은 개인정보처리자와 정보주체(이용자) 사이의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은 이제 대법원으로 공이 넘어갔다. 개인정보법에서 생긴 미흡한 부분을 판결로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데이터 활용론과 보호론 중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가명정보 및 데이터 산업이 활력을 얻을지, 막대한 비용부담에 시달리게 될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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