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4'(이하 갤S24)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을 일제히 올렸다. 지난 2일 LG유플러스의 공시지원금 기습인상 뒤 이통사간 경쟁이 시작된 흐름이다. 정부가 연거푸 공시지원금 확대를 압박한 결과다.
이날 이통3사의 갤S24 시리즈에 대한 공시지원금은 최대 50만원 수준이다. 지난달 26일 갤S24 시리즈 출시 전 최초로 설정된 공시지원금은 5만~24만원이었는데 열흘 만에 2배가량 뛰었다. 사업자별로는 △SK텔레콤이 기존 10만~20만원에서 25만~48만9000원으로 △KT가 기존 5만~24만원에서 5만5000~48만원으로 △LG유플러스가 기존 19만4000~45만원에서 23만4000~50만원으로 변경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이달 2일 8만4000~23만원선이던 공시지원금을 한 차례 인상한 뒤 이날은 약 5만원씩 추가인상했다.
이통3사 관계자는 "시장경쟁 상황과 고객 단말기 구입부담을 고려해 공시지원금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추가인상을 단행한 LG유플러스는 "경쟁사가 지원금을 올릴 전망이었기에 조치한 것"이라며 지원금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기존 삼성전자와 이통3사는 단기간에 공시지원금을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단기간에 지원금이 변경되면 이미 개통한 고객들이 '역차별'이라며 불만을 제기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단통법 폐지 이전에라도 사업자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지시대로 실구매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려면 공시지원금 외에 뾰족한 수단이 없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삼성전자와 이통3사를 지난주 2차례나 불러 면담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도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통법 폐지 전이라도 이통사간 보조금 경쟁을 부추기는 시행령 개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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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지원금 '공동 분담' 이통사·제조사 '신경전'━
특히 최근 정부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이통3사의 불만은 고조된다. 최근 십수년간 프리미엄폰의 출고가가 100만원 가까이 오르는 등 단말기 가격의 인상이 '통신비 인상'의 주범인데 정작 인상되는 공시지원금의 재원은 이통사가 오롯이 감당한다는 불만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프리미엄폰 가격은 앞으로도 더 오를 텐데 언제까지 지원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로서는 공시지원금 책정은 주로 이통사의 선택인 만큼 제조사는 개입할 여지에 한계가 크다고 본다. 더욱이 스마트폰 출고가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해지는 만큼 단기간에 조정을 결정하기 어렵고 정부의 가계통신비 부담완화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국내 시장에 좀더 다양한 중저가 단말기를 출시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고사양의 부품수급과 '프리미엄폰'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라도 당분간 현재 수준의 출고가 인상흐름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통신비 인하압박이 계속된다면 이통3사와 삼성의 물밑 신경전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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