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홍콩을 포함한 중국 증시는 경기 불안을 배경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시총 점유율이 1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5년 6월 약 20%였던 데서 반토막이 났다. 미국과 중국의 시총 격차는 2001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로 벌어진 상태다.
시총 상위 기업들 수에서도 미·중 간 차이가 커지고 있다. 세계 시총 상위 500개 기업 가운데 미국 기업은 236개로 3년 전에 비해 15% 증가했지만, 중국은 35개로 동기간 60%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런 차이가 주로 미국과 중국 '기술 공룡'들의 명암이 엇갈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경우 중국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큰 기대를 받으며 2020년 세계 시총 1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각각 26위, 61위에 머무른다.
미래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AI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미국 증시로의 자본 쏠림을 부채질한 것으로 풀이된다. 생성형 AI 반도체를 거의 독점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경우 막대한 투자금이 유입되면서 미국 시총 순위 5위로 올라섰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중국 접근을 차단했고,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은 AI 반도체를 자유롭게 구할 수 없어 경쟁에서 불리해지고 있다. 중국은 첨단 반도체 자립을 추진하지만 미국은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을 설득해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도 막고 있다.
중국의 대체 투자처로 떠오른 건 인도와 일본이다. 인도의 경우 세계 시총 500위에 드는 기업이 21개로 지난 3년 사이 두 배 늘었다. 인구 증가와 소득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영 인도생명보험공사(LIC) 등 내수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일본은 유명 투자자 워런 버핏의 투자와 주주 친화 정책 등을 배경으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일본 기업들의 시총 점유율은 하락세를 멈췄다. 일본 최대 기업 토요타는 지난해에만 32% 넘게 주가가 오르는 등 5일 기준 TSMC, 삼성전자, 텐센트, 마오타이에 이어 아시아 기업 시총 5위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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