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 삼성이 9년째 겪은 '사법 리스크'에서 일단 벗어났다. 미래 먹거리 발굴과 관계사 간 시너지 제고 등 ' 뉴삼성' 구축을 위한 이 회장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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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모두 무죄"━
이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사업상 필요에 따른 경영 판단이라고 반박해 왔다. 두 회사 합병 목적이 부정하지 않고, 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목적만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사업적 목적도 인정된다"며 "두 회사간 합병이 주주들에게 손해를 줄 의도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당시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최서원씨(개명 후 최순실) 측에 말 3필 등 86억원 규모의 뇌물을 건넨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로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이 삼성물산 의사를 배제하거나 의사에 반해서 합병이 추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분식회계 고의를 인정하기 힘들고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고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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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정당성 인정받아..."현명한 판단 내려준 재판부께 감사"━
이 회장 변호인은 재판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검찰 항소에 어떻게 대처할 지를 묻는 질문엔 "지금 더 말씀드릴 사항이 없다"며 함구했다.
이 회장은 이번 재판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과 연관 관계가 있는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 받게 됐다. '적법한' 승계자로서 그동안 감당해야 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운신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그동안 3년 5개월 동안 106차례 재판이 열렸고 이 회장은 이 중 대통령 해외순방 등 주요 일정 참여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95차례 법원에 직접 출석했다.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직후로 국한해 봐도 33차례 서초동으로 향했다. 재판 일정 탓에 조부인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의 36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사법리스크로 인해 삼성의 경영 행보도 제약 받아 왔다. 4대그룹 회장 중 '무보수'와 '미등기' 상태인 오너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삼성이 오너의 사법 리스크 해소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래 먹거리 발굴의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중소형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투자 발표가 꾸준히 이어졌으나, 대형 M&A는 7년 전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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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공식입장 없다"...조심스러운 모습 유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전부 무죄)까지 나올 줄 몰랐다"며 "표정관리를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1심 선고 이후 검찰 항고로 재판이 계속 이어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3~4년 더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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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식 뉴 삼성' 시동 기대...주력사업 강화 급선무·미래 먹거리 발굴 절실━
삼성은 이 회장 주도로 주력사업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은 '예전같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의 '초격차'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내 치열한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임에도, 최근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일부 영역에서 경쟁업체에 주도권을 내주는 수모도 겪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선 1위 TSMC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휴대폰, TV/가전 등으로 구성된 기존 '황금 포트폴리오'의 위력도 이제 효력을 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중심으로 조속히 새판 짜기에 나서야 할 시점인 만큼, '오너' 총수의 결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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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컨트롤 타워' 부활하나━
현재 미래전략실의 기능은 △삼성전자(사업 지원) △삼성물산(설계·조달·시공) △삼성생명(금융 경쟁력 제고)중심의 태스크포스(TF)팀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 내부에선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래사업을 책임질 M&A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어렵고, 계열사 간 세밀한 교통정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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