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금감원) 원장이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대규모 손실사태에서 금융사의 자율 배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실제로 ELS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고 금융사들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기에 일부 금액이라도 소비자의 손실을 분담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와 관련해 업권과 공감대가 형성된 건 아니며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부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시장의 저항이 다소 강하더라도 뚫고 가겠다"며 "사업장 평가가 정말 칼날 느낌이 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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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자율배상, 강제 아냐… 안 해도 불이익 없어"━
금융사의 자율적 배상안을 언급한 이유는 실제로 홍콩 ELS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사도 일부 문제점은 인지한 상황이다. 이 원장은 전날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홍콩 ELS 불완전판매 사례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암보험 수령금 등 원금 보장이 가장 중요한 자산에 홍콩 ELS 투자를 권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원장은 일부 금액이라도 우선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부담할 수 있다고 했다. 가령, 투자자가 손실액의 100% 배상을 원하고 금융기관은 50% 분담이 가능하면 50%만이라도 먼저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금액의 다툼은 사법부에서 판단하면 된다. 법원에 가기 전 일부 금액이라도 금융사의 배상이 이뤄지면 투자자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그러나 금융사에 배상을 압박하거나 강요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자체 배상안은 억지로 짜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게 할까 봐 조심스럽다"면서도 "은행이나 증권 업권의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할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사의 내부 결정으로 자체 배상안 마련이 어렵다고 한다면 특별히 불이익을 줄 생각은 없다"고 했다.
또 홍콩 ELS 판매와 관련해 아직 금융사의 제재를 얘기할 시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제재 이야기를 시작하면 서로 뜻을 모아서 발전적인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금융사를 지나치게 위축시키거나 윽박지르는 그런 상황처럼 보일 수 있다"며 "지금은 누가 반성의 조건으로 손실 일부를 분담해 줄 상황이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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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구조조정 로드맵 발표… "사업장 평가 칼날처럼"━
이후 부실이 심각한 사업장은 손실을 충분히 반영해 경·공매에 넘기고, 다른 우려 사업장에도 엄격한 사업성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 연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부실 우려 사업장의 재구조화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사업장 평가가 느슨한 형태로 되는 게 있었다면 이번에 칼날 느낌이 나도록 하겠다'며 "다소간의 시장 저항이 있더라도 뚫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으로 촉발된 건설업계의 위험에는 "수십 개에서 적게는 십여개 중점 건설사를 지켜보는 중"이라며 "상반기 중 태영건설 급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건설사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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