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물가는 잡혔는데…"인플레 끝" 선언 못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24.02.06 05:05

"물가 좀 더 지켜봐야" 금리인하 결정 미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월 31일 (현지시간) 워싱턴 연준에서 열린 기준금리를 5.25~5.50%로 4연속 동결한 올들어 첫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3월 금리 인하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2024.2.1 ⓒ 로이터=뉴스1
세계 주요국들의 물가 지표가 수개월째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미루고 있다. 10%대 안팎까지 무섭게 오르던 소비자 물가가 2~3%대 목표 수치로 떨어졌지만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인상)이 끝났다"는 선언을 올 하반기로 미루는 분위기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섣불리 거두지 못하는 배경에는 일자리 급증, 임금 인상, 낮은 실업률 등 뜨거운 노동시장 지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글로벌 경제구조 변화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은 '2%대 물가'로의 회귀가 쉽지 않은 데다 세계 곳곳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산재한 점도 정책 변수로 꼽힌다.



"서두르지 않겠다"…신중한 중앙은행들


4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 당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6월 이후 수개월째 3%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인터뷰에서 금리를 성급하게 낮추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재차 우려를 표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조정에 앞서 인플레이션이 2%까지 지속적으로 내려오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정책 결정이 너무 늦어져도 경제침체 등 타격이 큰 만큼 균형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미 연준의 신중한 기조는 유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11월 각각 11.1%, 10.4%를 기록한 뒤 지난해 11월 각각 3%대로 떨어졌지만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며 선을 긋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물가상승률이 2%까지 떨어지는 등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넘치는 일자리에 깜짝…저물가 회귀도 어려워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쇼핑몰에 채용 공고가 붙어 있다./AFPBBNews=뉴스1
물가 지표가 안정세인데도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노동시장의 과열이다. 시장에선 "미국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세계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땅에 묻혔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미 노동부는 지난 2일 올 1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달 대비 35만3000건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월 48만2000건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5000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올 1월 실업률은 3.7%로 3개월 연속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KPMG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팬데믹이 끝난 뒤 직원 고용에 애를 먹었던 기업들이 노동력 비축에 골몰하면서 노동지표를 탄탄하게 견인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시장이 들썩이면서 임금도 뛰었다. 올 1월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 대비 0.6% 상승했다.

저물가의 근원이었던 세계화 기조가 후퇴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은 1~2%대 물가 시대로의 회귀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충돌 등도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결정을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언제든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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