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에너지 시대 곧 온다"…태양광 기업 BEP, 전기차 충전 '승부수'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안정준 기자 | 2024.02.05 06:06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대표 인터뷰
3년만에 누적 투자 3300억 돌파…태양광 발전용량 1GW 규모 계획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클린 에너지인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저장, 전기차 충전 사업으로 판매하는 기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게 회사의 장기 목표입니다."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는 몇십년 안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시급한 현안"이라며 "전기차 보급에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충전 인프라인데 태양광 에너지를 전기차 충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친환경 시대를 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을 비롯해 중견·중소기업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시장이 뛰어들었지만, 확실히 두각을 나타낸 업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지 않아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까닭에 충전 인프라 확대도 속도 내는 게 쉽지 않다. 또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완속 충전기만으로는 전기차 대중화는 요원하다.

BEP는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비자동차제작사로는 2022년 11월 국내 최초로 전기차 급속 충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모든 차량과 사용자에게 100% 개방된 급속 충전 브랜드 워터(WATER)를 론칭했다. 올해 1분기까지 충전 허브를 18개 구축하고 2025년까지 충전소를 10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주요 관광지·휴가지를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워터는 향후 버거킹 등 다양한 리테일 브랜드와 협업한 전기차 급속 충전소를 선보일 계획이다.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전기차를 충전하는 등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한 아이디어다.

또 노후 경유트럭을 전기 트럭으로 개조하는 제이엠웨이브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전기차 확산을 신차 보급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들다고 보고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제이엠웨이브는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노후 경유 트럭을 전기 트럭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허용받았다.

BEP는 태양광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민간발전회사(IPP)다. 국내에 보유한 태양광 설비 250여곳에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합리적인 사업 모델을 인정해 2021년 1300억원, 2022년 1700억원을 이 기업에 투자했다. 본격 영업을 시작한 2020년 이후 3년 만에 누적 투자 규모는 약 3300억원을 넘어섰다.

(위쪽부터)워터의 시그니처 디자인 목재 캐노피가 적용된 워터 태안 몽산포해수욕장. 도심 건물 지하주차장 내 워터 충전소 구축 사례인 워터 서울 광화문. /사진=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제공
이 같은 BEP의 전기차 충전소 사업 확장은 '본업' 격인 태양광 사업의 질적 도약과 맞물린다. BEP는 블랙록의 자금을 받은 뒤 지난 5년여간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인수 위주의 투자△자기자본을 통한 태양광 투자 등에 주력했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였다. '속도와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기존 소규모 발전소를 인수하는 편이 대형 발전소 개발에 처음부터 손을 대는 것보다 낫고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PF 대출보다 자기자본 투자가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이렇기 기반을 다진 뒤 BEP는 지난해 LG화학과 의미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충청남도 서산과 강원도 원주 태양광 발전소에서 확보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s)를 20년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이었다. 대기업과의 첫 계약이었고, BEP는 최근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총 1019억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 자산에 대한 선순위 대출을 받았다.

김 대표는 "자기자본을 통해 태양광 발전에 투자해 온 BEP가 처음으로 국책은행을 통한 PF를 한 것"이라며 "이번 PF 등을 통해 좀 더 규모가 큰 태양광 발전소의 개발 단계부터 투자를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속도와 안전성, 그리고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와 자기자본 위주의 사업 전략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셈이다.

현재 BEP는 1~3MW급 중소형 태양광 발전소를 250여개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20MW급 대형 태양광 발전소 보유도 늘려나가면서 3년 안에 총 발전용량을 1GW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1GW 규모 발전용량은 원자력발전소 1~2기 정도에 해당한다. 김 대표는 "그동안 목표 수익률이 낮은 대신 사업 위험도가 낮은 프로젝트를 인수하는 데 주력해 왔는데 이제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서 리스크는 다소 있더라도 목표 수익률이 높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초기 단계부터 자체 개발하는 비율을 늘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희성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대표(왼쪽), 유대원 CIO(최고투자책임자)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BEP가 ESS 사업을 구상 중인 것도 이 같은 태양광 사업 도약과 전기차 충전사업 진출과 궤를 같이한다. 김 대표는 "BEP는 현재 태양광 발전이라는 전기 생산업과 전기차 급속충전 사업인 워터를 통해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며 "이 중간에 ESS라는 저장업까지 들어간다면 훗날 전기를 생산, 저장, 판매하는 3개의 점이 크게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가 전력 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간헐성이 큰 발전원인데 ESS와 연계할 경우 전력 수요가 낮을 때는 에너지를 저장해두고 전력 수요가 높아지면 저장한 에너지를 꺼내 쓰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만 태양광 전기 생산과 저장, 판매를 아우르는 큰 그림의 사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제도적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 김 대표는 태양광 발전소 관련, 이격거리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발전소를 큰 도로나 민가들로부터 한참 거리를 떨어트려야만 설치할 수 있게 해놓은 독특한 규정인데 지자체들마다 조례로 정하고 있어 각 지자체의 규제가 다 다른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도로 주변으로 길게는 1km까지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수 없다. 김 대표는 "각 지자체의 이격거리 관련 조례는 상위법에는 없는 규제인데 이 규제가 최우선으로 풀려야 한다"며 "ESS 영역에선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전무한 상황이라 이 부분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재생 에너지를 생산, 저장하고 판매하려면 한국전력의 전력망을 사용해야 하는데 가격이 높아져 사업성이 떨어진다. BEP에서 전기차 충전 사업을 총괄하는 유대원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전력망이 민간에 개방돼 태양광 발전소에서 직접 에너지를 가져올 수 있다면 구매 원가로 차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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