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수사대란' 우려가 현실로…고용부 "행정과부하 최소화"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 2024.02.01 16:56
정의당과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2024.02.01.
지난달 27일 50인 미만(건설현장은 공사비 50억원 미만) 영세사업장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확대시행되면서 수사 대상인 중대재해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단순히 적용대상 기업수 기준으로도 2.4배 이상 수사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면서 '수사대란'으로 인한 중대재해 예방 기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1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부산 기장군과 강원 평창군에서 각각 근로자 1명이 숨진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에서는 폐알루미늄 수거·처리 업체에서 집게차로 폐기물을 내리는 과정에서, 강원에선 축사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작업 중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가 속했던 업체는 각각 상시근로자 10명, 11명인 기업으로 이번 중대재해법 확대에 따라 수사를 받게됐다.

중대재해법 확대시행 이후 나흘만에 1·2호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 것. 특히 부산에서 1호 사고가 발생한 이후 30여분만에 강원의 2호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부산 지역 중대재해 사고 현장 방문 직후 2호 사고를 보고받았다. 이 장관은 1일 새벽 SNS(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이 장관은 "(부산)현장을 떠나는데 강원도의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2호 사업장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으로 법 적용대상이 기존 7만1000여개 사업장에 83만7000여개가 더해지는 만큼 최소 2.4배 이상 수사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을 포함해 일정 수준 규모와 체계를 갖춘 기존 중대재해법 적용대상과 달리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중대재해법 적용 준비가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수사가 급증할 가능성도 높다.

정부여당 측은 전날 50인미만 중대재해법 적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2년 유예에 반대한 야당도 정부여당에 사과와 안전대책, 2년 뒤 시행,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치 등을 요구한 것을 보면 현장의 준비가 안됐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소규모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사례가 다수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용부의 업무는 정해진 법에 근거할 수밖에 없는 만큼 소규모 사업장의 사례가 넘치더라도 예외는 없다"며 "이정식 장관이 밝힌 것처럼 50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처리해야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사와 처벌에 국가행정력이 쏠리면서 정작 현장의 안전사고 예방기능은 소홀해지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정식 장관은 지난달 25일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 직후 브리핑에서 "중대재해 수사 담당 감독관을 100명에서 133명으로 증원했어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15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수사사건 만큼 인력을 늘릴 수 없어 감독관의 수사·조사 역량을 키워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수사에 따른 행정과부하'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재해 예방에 운용할 인력마저 수사에 동원해야하는 탓에 중대재해법 도입 취지인 '예방'기능에 추가인력을 투입할 여지도 없다고 고용부 측은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대재해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개인별 역량을 끌어올리는 방법밖에 없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인력 운용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야는 이날 중대재해법 유예를 위한 추가협상을 벌였으나 오후 본회의까지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측은 산안청 설치를 든 야당의 조건을 일부 수용, 2년 뒤 설치하는 안을 제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회에서 반대로 결론나며 결국 중대재해법 유예는 무산됐다.

베스트 클릭

  1. 1 "시엄마 버린 선우은숙, 남편도 불륜남 만들어"…전 시누이 폭로
  2. 2 '수학 스타 강사' 삽자루 별세…향년 59세
  3. 3 세무조사 받은 일타강사 현우진 "연봉 200억, 60% 세금 냈는데"
  4. 4 선우은숙, '친언니 추행' 유영재에 청구한 위자료 액수…무슨 의미
  5. 5 깎아줘도 모자랄 판에 '월세 4억원'…성심당 대전역점, 퇴출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