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아들 '몰래 녹음' 증거 인정됐다…대법원과 다른 판결, 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4.02.01 14:49
웹툰 작가 주호민씨. /뉴스1=SNS 갈무리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했다. 주씨 부부가 자녀의 외투에 넣어 보낸 녹음기로 몰래 녹음한 녹취록 파일이 지난달 대법원 판례와는 달리 증거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다만 특수교사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사실상 처벌은 면제했다.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1일 아동학대처벌법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1년 이하의 징역·금고, 자격정지, 벌금 등의 처벌에 대해 판사가 정상을 참작해 선고를 미루고 유예기간 2년 동안 자격정지 이상의 형벌을 받지 않으면 소송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간주해 사실상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해주는 판결이다.

법조계에서는 자폐아동과 학부모, 특수교사 등이 얽힌 상황을 고려한 재판부의 고민이 드러난 판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수교사인 A씨는 2022년 9월13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자폐를 앓는 주씨의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1월15일 결심 공판 당시 A씨에게 징역 10개월과 이수 명령, 취업제한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몰래 녹음' 예외적 증거 인정…"자폐성 장애로 자기방어 못해"


이번 재판에서 쟁점은 주씨 측이 제출한 녹취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와 해당 교사의 발언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지였다. 특히 지난달 11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가 또다른 아동학대 혐의 사건에서 '학부모가 자녀에게 들려 보낸 녹음기로 몰래 녹음한 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이기 때문에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직후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주씨의 아들 사건을 심리한 곽용헌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주씨 측이 제출한 녹음 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지만 대화의 녹음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아동이 자폐성 장애로 인지능력과 표현력이 또래보다 현저히 떨어져 스스로 방어할 수 없고 당시 방어 능력과 표현력이 있는 여러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교실이 아닌 장애를 가진 소수의 학생만 있는, CCTV(폐쇄회로TV)도 설치되지 않은 교실에서 이뤄진 대화를 녹음한 것이어서 증거능력을 인정할만한 위법성 조각 사유를 갖췄다는 판단이다.

곽 판사는 A씨의 발언 중에선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이야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라는 부분을 정서적 학대라고 인정했다.

곽 판사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해아동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표현들"이라며 "'너 싫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섞어 사용해 부정적인 의미나 감정 상태가 그대로 피해자에게 전달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피해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충분히 존재하고 특수교사인 피고인의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곽 판사는 다만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었어' 등 나머지 발언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표현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학대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벌금형 선고유예 판결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특수교사로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짜증을 내며 피해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일부 발언만 정서적 학대로 인정되고 피고인의 범행이 실제 피해자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어느 정도 해를 끼쳤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주호민 "기쁘지 않다"…임태희 교육감 "교육현장 위축 우려"


주씨 부부는 이날 법정에 참석해 선고를 지켜봤다. 주씨는 대체로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주씨의 부인은 A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흐느꼈다. A씨는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A씨를 지지하는 일부 방청객은 눈물을 흘리거나 탄식을 쏟아냈다.

주씨는 재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 사건이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며 "자기 자식이 학대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부모로서는 반갑거나 전혀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제기됐던 비난 여론에 대해서는 "오늘 판결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명이 됐으면 좋겠다"며 "자세한 내용은 오늘 방송을 통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주씨는 이날 밤 9시 개인 방송을 통해 교사 A씨에 대한 선처를 고려하던 중 이를 취소한 배경과 1심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일을 설명할 예정이다.

A씨의 변호인은 1심 판결에 반발해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김기윤 변호사는 "(피해 아동 측이) 몰래 녹음한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증거 능력을 인정했는데 경기도교육청 고문 변호사로서 재판부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며 "몰래 녹음에 대해 유죄 증거로 사용할 경우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의 또 다른 변호인 전현민 변호사는 이날 "피고인 측은 그간 교사의 해당 발언이 정서적 학대로 보기엔 어렵다고 주장해왔다"며 "피해 아동이 장애 아동이고, 그 당시 (피해 아동이 연루된) 학폭 사건이 있었다 보니 아동을 강하게 훈육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A씨에 대한 판결 직후 교육청 북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몰래 녹음한 것이 법적 증거로 인정돼 교육 현장이 위축될까 우려된다"며 "특수학급뿐 아니라 장애학생과 일반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통합학급을 맡지 않으려는 교사들의 기피 현상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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