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테마주된 저(低)PBR주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 2024.02.01 05:00
올 들어 내내 50만원대를 유지하던 태광산업 주가가 최근 약 일주일간 55% 급등하며 장중 90만원을 찍었다. 지난해 4월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던 제주은행도 같은 기간 40%가 넘게 급등했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으로 언급되면서다.

지난 주 주식시장은 '저PBR주'로 뜨거웠다. 대표적인 저PBR 업종인 은행, 증권, 보험, 유틸리티, 자동차 등이 지난 한 주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금융당국이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는 기업이 스스로 저평가 이유를 분석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해 도입한 PBR 1배 미만 상장사의 경우 개선방안을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등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대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 증시는 최근 33년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부터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코스피는 지난해 말 대비 4%가량 하락하며 맥을 못추고 있다. 고질적인 한국증시 저평가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어 왔고 최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자본시장 제도 개선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 배당절차 개선, 공매도 한시적 금지와 제도 개선 추진 등에 이어 기업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자사주 제도·CB(전환사채)제도 개선까지 증시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필요성이 하루이틀 언급된 것이 아닌 해묵은 주제지만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변화가 나타나면서 최근 주식시장을 달구는 화두가 된 셈이다.


개별 정책 발표가 있을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는 등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매도 금지가 발표된 직후 시장은 사이드카가 발동될 만큼 급등했다. 자사주 제도 개선을 앞두고 자사주 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적인 움직임에 그쳐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됐다.

최근 급등한 저PBR주 역시 기업들의 구체적인 변화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기대감만으로 오르며 '테마주'화 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와 같이 단기적으로 과열의 조짐이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맹목적인 저PBR주 접근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PBR이 낮다고 이유 없이 기업가치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모든 저PBR주가 제도 때문에 기업가치 개선에 나서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주 환원이 일반주주에 비해 최대주주나 이사회의 권한이 강하고 지배주주의 이익을 중요시 하는 기업 지배구조 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는 요원하다.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끝이어서는 안된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반짝 오른 주가는 다시 되돌아가고 20년째 외치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도 공허한 되풀이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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