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예상을 배반하는 승부사 안재홍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 2024.01.29 16:30

LTNS'서 예상외의 담백함으로 전작의 강렬함 지워

/사진=티빙


배우 안재홍은 티빙 오리지널 'LTNS' 제작 발표회에서 "은퇴작이 아닌 복귀작"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전작 '마스크걸'에서 모든 걸 내려놓은 연기를 보여주며 '은퇴작 아니냐'는 반응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안재홍이 이번에는 또 어떤 강렬함으로 시청자들과 만날까 기대가 됐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LTNS'는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들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재홍은 오히려 담백한 모습을 보여주며 기존의 강렬함을 지워냈다.


'LTNS'는 삶에 치여 관계마저 소원해진 부부가 돈을 벌기 위해 불륜 커플 협박에 나서고, 그 과정에서 이미 망가졌던 그들의 관계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드라마다. 제목은 롱 타임 노 섹스'(Long Time No Sex)의 약자로 뜨거웠던 연애 기간을 지나 부부가 된 우진(이솜)과 사무엘(안재홍)의 현재 상태를 나타낸다.


현실에 지쳐 섹스리스 부부가 된 우진과 사무엘이 각박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불륜 부부를 협박하는 것이다. 사내 불륜 커플, 중년의 불륜 커플, 동성애자 불륜 커플 등 다양한 커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잊었던 감정을 하나씩 깨닫게 된다.





/사진=티빙


극 중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건 사무엘 역을 맡은 안재홍이다. 사무엘은 순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속에 분노가 차 있는 인물이다. 명문대를 나와 어렵지 않게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마음의 병을 얻은 채 회사를 나와 택시 기사가 됐다.


이는 전작이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주오남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아이시떼루"로 대표되는 주오남은 행동 하나하나가 충격적인 모습으로 가득했다. 그렇기 때문에 차기작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궁금했다. 주오남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웬만한 캐릭터로는 이를 덮기가 쉬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재홍은 또 다른 강렬함을 선보이는 대신 담백하게 힘을 뺀 캐릭터를 선택했다. 뒤틀린 성적 욕망이 극대화된 주오남을 통해 누군가는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면, 너무나도 현실적인 유부남의 모습이 담긴 사무엘을 모습을 통해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쌈, 마이웨이'의 김주만, '멜로가 체질' 손범수 등을 통해 어디에서 봤을 법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던 안재홍식 생활 연기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사진=티빙


'소공녀',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이솜과의 케미도 인상적이다. 우진과 사무엘의 모습은 전통적인 성 역할과 비교하면 뒤집혀있다. '밥상에 단백질 올리기 빡세다'며 식사를 만드는 건 사무엘이고, '다음 일을 빨리 잡아야 에어컨을 키고 살 텐데'라며 설거지를 하는 건 우진이다. 불륜 추척에 있어서도 불같은 성격의 우진은 과감하게 불륜 추적을 주도하는 반면, 사람들의 사연에 공감하는 사무엘은 순간순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안재홍은 이솜과 노련하게 조화를 이루며 극을 이끌어갔다.


이들이 부부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장면도 처음 보면 웃음을 주지만, 다시 한 번 보면 생각할 거리를 던지다. 부부 관계가 없다는 상황 속에는 두 사람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부부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잠시 잊고 있던 감정을 하나 둘 꺼내보는 안재홍과 이솜의 모습은 'LTNS'를 그저 재미있는 드라마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드라마로 변화시킨다.





/사진=티빙


공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는 우진과 사무엘 부부의 불륜 추적과 협박은 따지고 보면 범죄 행위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들에게 마음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전까지의 과정이 우리의 삶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거창한 부귀영화가 아닌 생계를 위해 주저하면서도 누군가를 협박하는 사무엘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안재홍의 연기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총 6부작 'LTNS'는 어느덧 2화 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2화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진행된 '불륜 추적'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사고를 당한 사무엘이 눈을 뜨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행동은 큰 변곡점을 예고했다. 담백한 생활 연기로 전작의 이미지를 말끔히 지워낸 안재홍이 남은 2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캐릭터를 완성시켜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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