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법에 당한 사람이 박씨뿐은 아니었다. 전국 곳곳의 피해자가 리딩방에 들어갔고 며칠간 무료로 주식 정보를 제공받으며 투자를 결정했다. 피해자들은 가짜 가상자산 거래소와 디지털 지갑 플랫폼 앱을 깔고 투자금을 보냈다. 소액의 수익이 나자 세금, 수수료, 투자금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하기도 했다. 그 끝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의 사기 피해였다.
박씨의 사례처럼 온라인상에서는 가짜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한 사기가 끊이지 않는다. 유명인이 무료로 투자 정보를 나눠준다든가 투자 기법을 담은 책을 배포하겠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가 대부분 금융사기 일당이 던져둔 미끼다. 피해자를 카카오톡, 텔레그램 리딩방에 초대해 매일 안부 인사를 하고 경제 기사, 무료 주식 정보를 보내주면서 신뢰를 쌓는 것이 사기의 첫 출발이다.
리딩방에는 1인 다역을 하는 바람잡이도 빠지지 않는다. "1분기 수익은 완벽했으며 대표님께 많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주 모든 주식을 팔고 두배 수익 프로젝트를 기다릴 것입니다", "저희가 1분기 300% 남짓 이익 냈는데 이번에 500%를 달성할 수가 있다니". 피해자가 속한 리딩방에서는 다소 어색한 한국어로 큰 수익을 봤다는 바람잡이의 메시지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올라왔다.
그다음은 어김없이 투자 권유였다. 박씨 등은 세 차례에 걸쳐 수익률 500%를 보장한다는 '2023년 4분기 자금 늘리기 프로젝트' 투자를 권유받았다. 가짜 가상자산 거래소나 디지털지갑 플랫폼에서 새로 발행하는 가상자산 청약에 참여하라면서 테더(USDT) 구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사기 일당이 고수익과 원금을 보장해주겠다는 말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투자 사기가 가상자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가짜 거래소 앱을 만든 일당은 일부 피해자에게 코인과 주식을 번갈아 가면서 투자를 권유했다. 법조계에서는 온라인상에서 성행하는 가짜 주식, 옵션, 선물거래, 코인 사이트 사기가 모두 비슷한 수법으로 이뤄진다며 사기 일당이 가짜 사이트의 디자인만 바꿔가며 범행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해당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피해를 본 박씨 등 5명은 29일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피해금은 1억80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고소인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홍림 측에서는 해당 사이트의 피해자가 100여명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아직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은 피해자 가운데 수억원의 피해를 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경고에 나섰지만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된 거래소가 아닌 미신고 거래소를 통한 투자 권유는 투자금만 받고 출금은 거부하는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소비자 일반을 대상으로 '경고' 등급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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