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의 여정

머니투데이 황유식 그리너리 대표이사 | 2024.01.25 02:03
황유식 그리너리 대표
미국과 유럽 재계를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제동이 걸렸다. 기업들은 ESG란 용어 대신 '책임경영'(Responsible Business)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ESG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변경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업 경영진에게 거창한 ESG 선언 대신 정확하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라고 조언해 ESG 용어 사용을 회피하는 현상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경영과 투자에서 핵심요소로 활용되는 ESG는 2004년 유엔 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의 '배려하는 자가 이긴다'(Who Cares Wins) 보고서에 처음 등장했다. ESG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제시되며 2006년에는 유엔 책임투자원칙에 반영됐다. 이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화석에너지 다소비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공개서한을 기업들에 보내면서 ESG가 급격히 확산했다.

ESG 항목에 대한 측정 및 평가가 투자결정의 핵심요소가 되면서 기업들은 평가를 염두에 둔 ESG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또한 ESG 평가항목과 항목별 가중치가 달라 기업평가에 대한 일관성이 없어지면서 평가기관이나 피평가자인 기업 모두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ESG 물결을 일으킨 래리 핑크는 최근 ESG가 과도하게 정치화했다며 용어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기업들은 정치적 논란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ESG와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업의 태도가 모호한 평가기준, 이념갈등을 이유로 다른 용어로 대체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핵심가치와 추구하는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하고 목표를 정해야 한다. 기업 전략이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다른 기업들의 활동을 벤치마킹하다 보면 회사의 비전과 동떨어진 활동만 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과하게 다양한 활동을 하고 홍보에 치중하는 경우 고객으로부터 그린워싱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방향성이 정해졌다면 기업의 활동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활동들이 개별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이라 할지라도 기업과 사회적 관점에서 지속가능 발전과 연계성을 가졌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기업의 책임행동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유엔이 제정한 17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와 169개 하위목표로 이뤄진 프레임워크다. 빈곤을 줄이고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모든 국가와 사회가 협력해야 하는 공통된 목표다.

1900년대 환경운동가로 활동한 레이첼 카슨은 "우리의 근본적 유대는 이토록 작은 지구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ESG경영, 책임경영의 본질적인 목적은 지속가능성이다. 표면적인 단어의 선택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위험을 회피하지 말고 기업과 지구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으면서 실천해보자.(황유식 그리너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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