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새누리당은 김 대표의 뜻대로 유승민 전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 을과 이재오 전 의원의 지역구였던 서울 은평구 을, 그리고 유일호 전 의원의 지역구인 송파구 을에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 무대의 판정승. 하지만 이는 20대 총선에서 엄청난 후폭풍을 불렀다. 새누리당은 122석에 그치며 123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원내 1당 자리를 빼앗겼다. 야권은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등을 합쳐 167석으로 과반 의석을 훌쩍 넘겼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만난 무대의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사흘 전 22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그에게 집권여당의 총선 필승 전략을 물었다. 김 전 대표는 허공을 바라보며 "공천만 잘하면"이라고 했다. 그의 표정엔 회한이 가득했다. 김 대표는 "그 때 87.43%는 상향식 공천을 했다. 그런데 12.57%를 잘못된 방식으로 공천하면서 총선에서 대패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161개 지역구에서 경선을 할 계획이었지만 친박계의 반발로 141곳에서만 경선을 치렀다. 옥새파동으로 민심은 차갑게 식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새누리당이 180석을 얻을 거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을 정도로 유리한 판이 짜여있었다"며 "불과 한 20일 정도의 공천 파동으로 선거에서 지고 당은 분열되고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다"고 했다. 산전수전을 다겪은 베테랑 정치인의 경고엔 절실함이 묻어있었다.
#사전적으로 공천은 공직선거에서 정당이 후보자를 천거(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당이 해당 후보를 보증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공정함이 생명이다. 선거 때마다 각 정당들이 공정한 공천을 다짐하는 이유다. 22대 총선을 앞둔 여야는 저마다 공천룰을 정하느라 부산하다. 여지껏 전국단위 선거에서 공천 파동이 없었던 적이 있었을까. 이번에도 벌써부터 여야는 상대 진영에서 공천 파동이 일어날 것이라 주장한다. 공천 파동은 필패의 지름길이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그랬고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그랬다. 22대 총선에서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한 것은 어쩌면 예고편에 불과한 것일지 모른다. 충남 서천에서의 만남으로 극적 봉합은 이뤄졌다. 이제는 '시스템 공천'이 약속대로 투명하게 가동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총선에 있어서 만큼은 공천이 만사(萬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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