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 국민당이 전례 없이 3선 연임에 실패한 여파로 존폐 위기에 섰다. 전체 국민의 10명 중 1명만 중국과의 통일을 지지하는 등 국민당의 당헌에 호응하는 유권자 기반이 약해진 데다 재정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총통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 마 전 총통이 독일 언론에 남긴 발언은 국민당이 처한 상황을 드러낸다. 마 전 총통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관한 한 시진핑 주석을 믿어야 한다. 중국 본토와 전쟁을 벌일 수는 없다.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이에 국민당 후보였던 허우유이는 마 총통과 "견해가 다르다"며 거리를 뒀으나 대만 유권자들은 등을 돌렸다.
18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국민당은 청나라를 전복하고 중화민국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49년 마오쩌둥의 공산당에 패배해 대만으로 건너올 때까지 20세기 전반 대부분의 중국을 통치했고,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민주개혁을 하기 전까지 수십 년간 권위주의적 일당 국가로 대만을 통치했다.
국민당은 당헌에 "국민을 단결시키고", "분리주의에 반대하며", "중화민족의 이익을 옹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대만 여론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대만 응답자의 11.8%만 중국과의 통일을 지지했다. 48.9%는 공식적 독립, 26.9%는 현상 유지를 선호했다.
국립청치대학교 치아훙 차이 교수는 "국민당은 중국을 더 잘 이해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다른 정당과 차별화할 수 있으나, 정작 (시진핑 치하의) 중국은 점점 더 강압적이라 세계에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국민당 패배의 배경을 짚었다. 국립청치대학의 장기 연구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약 30년간의 민주주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스스로를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당은 지방 정치에선 여전히 중요한 세력이라며 이번 선거가 반성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만 입법부에서 가장 큰 정당일 뿐 아니라 대만 22개 시·군 중 14개를 장악하고 있다. 민진당이 장악한 시·군은 6개다.
제이슨 슈 전 의원은 "국민당이 내부에서 바뀔 수 있다면 이번 패배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며 "중국과 단절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중국과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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