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 나설 후보 공천 문제 등으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이 22일 봉합됐다. 이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현장을 같이 돌아보며 대책을 논의한 뒤 전용 열차로 함께 상경했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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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화재 현장서 만나 韓 어깨 툭 치며 악수 ━
이어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함께 소방본부 관계자로부터 화재진압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이어 한 위원장을 포함한 당 지도부와 함께 화재 현장을 둘러보며 점검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피해 점포 수 등 피해 현황을 꼼꼼히 질문한 뒤 상인들을 직접 면담했다. 현장에 나온 150여명의 피해 상인들은 대통령의 방문에 감사를 표하고 눈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인근 상가 1층 로비에서 상인 대표들을 만나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 힘드시겠지만 명절 잘 쇠시고 정부를 믿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주민들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청에 "특별재난지역 선포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울 경우에도 이에 준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관련 부처 장관들에게도 확실한 피해 지원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상민 장관에게 "행안부와 서천군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필요한 것을 즉각 지원하라"고 말했다. 오영주 장관에게는 "행안부와는 별개로 상인들을 잘 챙기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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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같이 타고 가자" 韓 "자리있습니까?"…갈등 봉합 수순━
두사람은 함께 전용 열차로 상경하며 최근 발생한 현안에 대해 속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두 사람의 열차 동승은 최근 불거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20여년 인의 검사 선후배 간 갈등이 봉합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서울역에서 내린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두 분 만남으로 갈등은 봉합된 것인가'란 질문에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것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대통령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게 변함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들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도 했다. 사실상 양측의 갈등 상황이 종료됐음을 선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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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공멸 막자" 공감대…적절한 후속 조치는 '숙제'━
윤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해온 이용 국민의힘 의원도 당초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지만 이를 전격 취소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 위원장의 공천 관련 행보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마포을 사천 논란을 시발점이 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 여당 국회의원 전체가 모인 메신저 단체방에 한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지가 철회됐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하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의 의중을 당에 전달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이번 갈등이 전면에 드러난 계기가 됐다. 이날 이 의원의 기자회견 취소 결정에는 윤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고 수습에 힘을 싣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깜짝 만남을 계기로 양측의 갈등은 해소되는 모습이다. 더 이상의 갈등은 여권의 공멸이라는 인식 아래 봉합의 수순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진 셈이다. 무엇보다 총선이 8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분은 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갈등 격화를 막았다. 한 위원장이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을 찾기도 어려웠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번 상황을 지켜본 국민에게 적절한 후속 조치를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재발 방지와 여론 설득이 숙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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