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전기차 치킨게임'…배터리 3사 '공급망' 강화한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4.01.23 08:08
새해부터 전기차 가격 하락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원가절감을 위해 소재·원료 공급망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22일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NEF은 지난해 배터리 팩의 평균 가격을 kWh(킬로와트시) 당 139달러로 추산했다. 전년(161달러) 대비 14% 떨어진, 역대 최저치였다. 골드만삭스는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2025년까지 40% 하락해 kWh 당 99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전기차 대중화의 열쇠를 배터리가 쥐고 있는 셈이다. 최근의 가격 하락은 배터리 기업들의 생산 기술 발전에 힘입은 결과다. 지난해에는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주요 원료 가격이 폭락하며 배터리 시세 역시 덩덜아 급락한 측면이 있다.

올해 배터리 업계가 받는 가격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기업들의 할인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위인 BYD와 테슬라가 이런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 이어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델Y 롱레인지', '모델Y 퍼포먼스'의 가격을 각각 9.0%, 8.1% 낮췄다. BYD는 독일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15% 내렸다. 이같은 추세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킨게임'에 대한 우려도 증폭하고 있다.

지난해 판가 조정으로 영업이익률 저하를 겪었던 배터리 업계 입장에서는 마냥 반길 순 없는 상황이다. 메탈 가격 급락 등 이슈에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AMPC(생산세액공제)를 제외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1.1%에 그쳤을 정도였다. 삼성SDI와 SK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도 배터리 업계는 "예상한 시장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기차가 '얼리어답터'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대중화'를 거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급망 강화를 통한 원가 절감에 더욱 공을 들인다는 방침이다. 튼튼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향후 고금리 상황 종료 및 전기차 수요 회복 시기가 왔을 때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는 '투자'의 일환이기도 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모회사 LG화학과 구축한 밸류체인이 탄탄하다. LG화학은 양극재·분리막 등 이차전지 핵심 소재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체적인 리튬 확보를 위해 칠레 SQM과 7년간 10만톤 규모의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호주 그린테크놀로지메탈스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삼성SDI가 투자한 캐나다니켈
삼성SDI 역시 최근 니켈 채굴기업인 캐나다니켈의 지분 8.7%를 185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온타리오주 크로퍼드 니켈 광산 프로젝트의 물량 10%를 1억50만 달러에 확보할 수 있는 권리도 가졌다. 니켈은 고성등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핵심 원료여서 하이니켈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SDI에 필수다. 호주·칠레에 이어 캐나다까지 공급망을 확대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SK온은 에코프로 등과 손잡고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연내에 이 공장을 완공하면 연 5만톤 수준의 전구체를 확보할 수 있다.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65%~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전구체 5만톤은 전기차 30만대 분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SK온은 또 칠레 및 호주에 등지에서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이 높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저가 경쟁은 당연히 가야 하는 방향"이라며 "완성차 업계가 저가 라인업을 확충하기 시작하면, 전기차 가격 단계별로 적절한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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