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 더는 '사회적 타살' 없게…소아·청소년 전담 부서 신설해야"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4.01.22 13:39

[인터뷰]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의정부튼튼어린이병원장)이 머니투데이와 신년 인터뷰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담 부서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대한아동병원협회

"아무 죄 없는 아픈 아이가 가족의 선택으로 비극적인 죽임을 당한 것은 잘못된 제도와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기도 합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지난 19일 의정부튼튼어린이병원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 신년 인터뷰에서 제1형 당뇨병으로 인한 생활고 등으로 7세 아이를 포함해 일가족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충분히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자가 어린 나이에 안타깝게 사망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의료 체계 붕괴로 인한 비극을 막고 나아가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아이와 부모의 행복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시급히 의료소아청소년과를 신설해야 한다"고 공식 건의했다.

최용재 회장은 지난해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보건복지부에 의료소아청소년과 신설을 건의한 바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전국 120여곳의 아동병원이 소속된 임의 단체로 올해 창립 8년 차를 맞았다. 지역마다 입원이 어려운 1차 동네의원과 환자가 몰리는 3차 대학병원을 잇는 '의료 사다리'로서 의료공백 해소와 필수 의료 지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에 이어 최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과 독감 등 소아 감염병을 대학병원 못지않게 많이 보는 곳이기도 하다.

환자가 많이 찾는 만큼 아동병원들은 '응급실 뺑뺑이'나 오픈런·마감련과 같은 일련의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 붕괴를 누구보다 강하게 체감하고 있다. 임의 단체인데도 환자·보호자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어느 의료 단체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이다. 실제 협회는 지난해 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유행할 당시 "개인위생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며 방역 당국의 안일한 태도를 질타해 진료 시스템 개선을 끌어낸 바 있다. 최근에는 "1형 당뇨병 환자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만이라도 국가가 치료를 책임져 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당시 부회장, 사진 가운데)이 지난해 '소아 청소년 필수약 품절 실태와 정상화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벼랑 끝에 몰린 아동병원과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다. 저출산과 저수가, 고물가와 고임금에 포위돼 소아청소년과 진료 체계는 붕괴 직전에 놓였다. 심지어 치료의 기본인 필수 의약품을 구하기조차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6월 협회가 전국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수조사 결과 성조숙증 치료제 '데카펩틸' 등 9개의 소아·청소년 중증질환 필수의약품을 포함한 141개의 필수 약이 '품절'이었다. 최 회장은 "여러 차례 정부에 의견을 개진했지만 면역질환, 중증 환자에 쓰는 '면역글로불린'의 품귀 현상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소아·청소년 의료 정책이 성인과 함께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게 협회의 판단이다. 최 회장은 "식약처는 소아청소년과만이 아닌 전체 진료과를 담당하는데, 아이 환자가 비율상 적다 보니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필수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중앙부처 정책에서도 소외되기 일쑤라고 했다. 그는 "보건복지부도 소아·청소년 저수가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 "우리 소관이 아니라"며 의사를 '부서 뺑뺑이' 시킨다"며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적어 환자를 볼 시간도 부족한데 정책적인 뒷받침을 받기 위해 언제까지 정부에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 모집 정원 205명 중 53명이 지원해 지원율 25.9%를 기록했다. 전체 진료과 중 최하위 성적으로 이미 수년째 전공의 지원율이 바닥을 치면서 대학병원조차 의사가 없어 아픈 환자의 입원을 제한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 회장은 간담회에서 "지난해 소아·청소년 의료기관은 한마디로 아비규환의 상태였다"면서 "열악한 소아 의료체계로 인해 아이들이 경험하지 말아야 할 고통을 겪고, 심지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분개했다.

이런 상황에 협회가 제안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담부서의 신설은 '특혜'가 아니라 벼랑 끝에 몰린 소아청소년과를 지속하게 하는 '대책'이라고 최 회장은 강조했다. 의료소아청소년과 신설에는 대학병원 교수 중심의 대한소아과학회도 동참하고 있다고 협회는 밝혔다.

최용재 회장은 "특별한 권한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소아청소년과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해주는 '소통 창구'가 절실하다"며 "지난해 소아 의료체계 붕괴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정책이 나왔지만 전공의 지원율, 오픈런 등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 정부도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고 대책을 고민하기 위해 현장 의사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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