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지금 겪고 있을 수 있고 누군가는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우리 시대를 보여주는 12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으로 어머니의 선물을 사려는 어느 실직자의 애환을 그린 '선물', 학폭·왕따의 굴레와 법 제도 및 적용의 모순을 다룬 '네버 엔딩 스토리', 부동산 급등기와 대출 규제, 가상통화 급등락과 맞물려 보증금 5000만원짜리 전셋집을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청년세대의 좌절을 묘사한 '숨바꼭질' 등 절박한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가 공감과 연민, 분노와 슬픔을 자아낸다.
작가가 10여년에 걸쳐 쓴 12편의 이야기에는 기자 출신 작가다운 실감난 소재와 표현이 빼곡하다. 작가는 '우리 사회의 먹고 사는 문제에 문제의식을 갖는다는 강령 아래 장강명, 김의경 작가 등 11명이 함께 하는 '월급사실주의' 동인이다.
달빛 아래 그림자인 듯 아닌 듯 치켜올린 두 팔이 그려진 표지는 소설집의 이야기들처럼 각자의 욕망을 추구하는 삶 속에서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하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정진영/무블출판사/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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