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저출생'…저출산과 뭐가 다르죠?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24.01.19 15:0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야 모두 출산율을 끌어올릴 대책을 내놓으며 '저출산' 대신 '저출생'이란 용어를 썼다. 성차별 해소가 목적인데 '저출산-저출생', '유모차-유아차' 등 용어에서 비롯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나란히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아빠 출산휴가 1개월(유급)', 더불어민주당은 '자녀 수에 따른 대출 원리금 차등감면'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저출생'이란 말을 사용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도 '저출생', '출생률'이란 단어를 썼다.

기존 저출산이란 용어가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린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과 저출생은 용어의 기저가 다르다. 낳을 산(産)이란 단어는 아기를 낳는 산모인 여성에게 초점을 뒀다. 반면 날 생(生)을 쓰면 태어나는 아기가 주체가 된다.

법률 용어나 정부의 공식 용어는 모두 저출산이다. 관련 법령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선 저출산이란 단어만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부기관 명칭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다. 이와 관련, 여야는 저출생이란 용어를 쓰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고치자며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러한 용어 논쟁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을 내면서 활발해졌다. 비슷한 예로 유모차와 유아차가 있다. 어미 모(母)를 쓰는 유모차를 두고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도 끄는 것'이라며 아이 아(兒)가 들어간 유아차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정연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저출산이란 용어는 자녀의 탄생과 양육의 주체가 출산자인 여성에 국한되는 한계가 있다"며 "생명의 탄생과 성장은 엄마와 아빠, 사회 모두의 협력으로 가능하기에 저출생이 적합한 용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사회적 용어로 저출생이 쓰이기에 법적 용어도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그래야 출생과 그 후 지원을 위한 국가 정책이 다양하게 발굴되고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출산과 출생은 다른 개념이기에 용어 사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출산율, 출생률을 혼용해서 쓸 수 없다. 출산율은 보통 합계출산율을 말하는데 여성 1명이 낳은 자녀 수를 기반으로 산출한다. 가임여성 숫자가 적으면 1명당 많은 자녀를 낳았어도 출산율은 높고 출생률은 높지 않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출생률은 1년간 태어난 인구 수를 뜻하는데 보통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로 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황에 따라 저출생, 출생률이란 말을 쓸 수 있다"며 "저출산과 저출생, 출산율과 출생률은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둘 다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출산은 저출산이고, 저출생은 저출생인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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