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맛있네" 주부들 입소문…'연매출 3억' 대박 난 진도 사람들

머니투데이 진도(전남)=김지은 기자 | 2024.01.23 06:10

[지방소멸, 반전은 가능하다] ②앵무리진구네, 진도사랑호림이네 성장 비결

편집자주 | 출산율은 급전직하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젊은 인구는 수도권으로만 몰린다. 지방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 활력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방소멸은 '생존'의 문제다. 지방소멸 위기 지역인 전남 진도군의 생존법을 들여다본다.

40년 가업을 물려 받아 4년째 진도군에서 쌀 재배를 하고 있는 '앵무리진구네' 하진구(41)·김혜진(40) 대표. /사진=김지은 기자

전남 진도군에 쌀과 김으로 '대박'을 터뜨린 농어민이 있다. 4년째 진도군에서 쌀 재배를 하고 있는 '앵무리진구네' 하진구(41)·김혜진(40) 대표, 20년 넘게 김 양식업을 운영 중인 '진도사랑호림이네' 김호림(48)·김지영(45)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앵무리진구네는 지난해 12월 월매출 2600만원을 달성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월매출이 380여만원이었지만 무려 6배가 뛰었다. 진도사랑호림이네는 '실곱창김'이라는 자체 생산품을 통해 지난 2년 간 연매출 3억원을 거뒀다.

수도권에서 차로 6시간 넘게 걸리는 한반도 최남단 진도군. 이곳에서 네 사람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저출산과 지방소멸이 주요 화두가 된 상황에서 청년 생산자들은 지역 사회의 히든 카드가 될 수 있을까.



우체국 쇼핑몰서 매출 1위…어떻게 '온라인 유통망' 뚫었나


앵무리진구네 하진구 대표가 쌀 농사를 하는 모습. /사진=앵무리진구네

'앵무리진구네' 하 대표는 4년 전 아버지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고향 진도군으로 내려왔다. 초반에만 해도 고민이 많았다. 쌀을 수확하면 중간 도매상인 '지역 농협'에 1차로 판매해 소비자들이 구매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허무함을 느꼈다. 열심히 농작을 해도 중간 마진을 떼다 보니 남는 게 없었기 때문.

어떻게 유통망을 확장할지 고민했다. 두사람은 가장 먼저 진도군이 운영하는 청년센터 문을 두드렸다. 그곳에서 온라인 스토어 수업을 듣고 본격적으로 온라인 유통에 뛰어들었다. 홍보도 적극적으로 했다. 진도군 도움을 빌려 가수 송가인을 섭외하기도 하고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선택과 집중 전략도 취했다. 과거엔 10㎏, 20㎏ 쌀을 모두 생산했지만 지난해부터는 10㎏ 쌀만 주력하기로 했다.

하 대표는 진도군에서 운영하는 동네단위 유통채널 구축 사업에도 참여했다. 진도군과 스마트알뜰장터가 우체국쇼핑, 네이버, 티몬, 한진 디지털 이지 오더 등과 계약을 맺고 쌀 포장비, 택배비 등을 전액 지원했다. 생산자 입장에선 중간 도매상도 없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수수료가 줄어든 만큼 제품 단가도 낮출 수 있었다.

판로를 확장한 앵무리진구네는 최근 우체국쇼핑몰 30·40대 여성 기준 주문량 1위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주문량은 50포대에서 500포대로 10배 늘었다. 하 대표는 "결국 중요한 건 소비자들에게 싸고 빠르게 판매하는 것"이라며 "중간 마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이 마련되면 젊은 사람도 부담없이 지방에 내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일무이 진도 실곱창김... 직접 발로 뛰며 판로 넓혔다


60년 전통을 이어 받아 20년 넘게 김 양식업을 운영 중인 '진도사랑호림이네' 김호림(48) 대표. /사진=김지은 기자

'진도사랑호림이네' 김 대표 역시 아버지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23년 전 진도군으로 내려왔다. 김 대표는 김 중에서도 실곱창김이라는 재래종 품종을 양식한다. 옛날 전통 방식으로 실곱창김을 생산하는 곳은 진도사랑호림이네가 유일하다. 실곱창김은 달고 감칠맛이 좋지만 양식하기는 까다롭다. 매년 9월 바다에 김씨를 뿌리면 10월 말에서 11월 중순 사이 약 20일 동안만 수확이 가능하다. 워낙 온도에 예민해서 날씨가 추워지면 쉽게 사라진다.

김 대표는 최근 2년 간 매출이 우상향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차별화된 제품과 온라인 유통 덕분이라고 했다. 그 역시 초반에는 어떻게 하면 유통망을 확장시킬지 고민이 많았다. 가장 먼저 네이버 직거래 카페와 스마트 스토어를 활용했다. 중간 도매상을 거치는 것보다 훨씬 수수료가 저렴했다.

이곳저곳 발로 뛰기도 했다. 지역 특산물 박람회가 열리면 직접 참여해 고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했다. 직거래 카페에 글을 올릴 때는 김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과정을 모두 공개했다. 최근에는 동네단위 유통채널 구축 사업에 참여하면서 택배비, 포장비를 크게 절약했다. 그렇게 점점 입소문이 나더니 직거래 업체 10곳을 전부 독식했다.

김 대표는 농어민이 살아남으려면 지자체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 양식업은 특히 완성된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물류 창고가 필요하다. 수십평이 되는 창고를 어민들이 혼자서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진도군에서 초반에 8대 2 비율로 40평 창고를 지원해줘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판촉 활동도 생산자가 하나하나 챙기기 어려운데 동네상점 같은 사업이 오랫동안 유지되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사랑호림이네' 김호림 대표가 김 양식업을 하는 모습. /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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