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란 속담이 있다. 뇌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대부분이 눈을 통해 들어오지만, 평소 소홀하기 쉬운 것도 바로 눈 건강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안구 발달 상황을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성인만큼 이상 증상을 표현하지 못해 뒤늦게 눈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소아·청소년 시기 주의해야 하는 대표적인 눈병은 양쪽 눈의 정렬이 맞지 않는 '사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사시로 병원 진료받은 환자 17만6561명 가운데 9세 이하가 8만 74697명으로 10명 중 6명(61%)에 달했다.
김대희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전문의는 "시력은 다른 신체 부위와 달리 영유아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달해 7~8세에 거의 완성된다"며 "사시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보호자들의 세심한 관찰과 정기검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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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완성 전 발견·치료해야━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TV 모니터를 오래 쳐다보다 눈동자가 쏠리고 피로감이 심해져 사시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김욱겸 비앤빛강남밝은세상안과의원 원장은 "특히 잠자기 전 불을 끈 상태로 옆으로 누운 채 밝은 스마트폰 화면을 오래 보면 한쪽 눈이 가려져 시각과 뇌 신호가 일치하지 않게 돼 사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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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나타나는 '간헐 외사시' 흔해━
첫째.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소아 사시인 간헐 외사시다. 한쪽 눈이 바깥쪽으로 향하는 외사시 증상이 한시적으로 나타나는 눈병이다. 평상시에는 눈동자가 정중앙에 있지만 피곤하거나 졸릴 때, 멍을 때리거나 사진을 찍을 때 눈동자가 돌아가는 식이다. 김대희 전문의는 "항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둘째는 생후 6개월 이내에 나타나는 영아 내사시다. 한 눈이 심하게 안으로 몰려있는 경우인데 늦어도 만 2세까지는 수술을 시행해야 시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는 조절 내사시다. 가까이 있는 물체가 잘 안 보이는 원시가 심하면 사물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 과도하게 눈을 뜨고 눈이 안으로 몰린다. 이 경우 자는 시간 외에 원시를 잡는 안경(볼록렌즈)을 쓰면 사시가 사라진다. 시력이 너무 약해도 사시가 나타나는데, 이때는 건강한 눈을 가리고 약시안을 강제로 사용하게 하는 '가림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전문의는 "성장하면서 원시가 줄면 사시가 사라져 안경을 벗어도 되지만, 증상이 남아 안경으로 교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수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실제 사시는 아니지만, 사시로 보이는 '가성사시'도 있다. 한국을 포함한 동양 어린이는 콧등이 낮고 눈과 눈 사이가 멀어 코 쪽의 피부가 눈의 흰자위를 가려 사시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내사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시가 없는 것이다. 이는 자라면서 자연히 사라져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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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곳에서 한쪽 눈 찡그리면 의심을━
사시는 두 눈의 불균형이 부르는 병으로 시력 교정을 위한 안경 착용이 치료의 기본이 된다. 안경이나 가림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에도 큰 효과가 없으면 눈을 움직이는 근육을 찾아 위치를 변경하거나 일부를 잘라 당겨 붙이는 수술을 고려한다. 전신마취 후 시행하는데 흉터가 남지 않고 통증이 거의 없어 수술 당일 검사도 가능하다.
사시 수술받은 뒤 최소 3주간은 감염 예방을 위해 손으로 눈을 만지거나 물이 들어가지 않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간헐 외사시는 수술해도 20~30% 정도는 미비하지만 사시가 재발하는데 심한 경우는 재수술해야 할 수 있다. 김욱겸 원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근거리 작업을 피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등 시력 관리에 힘쓰고 안경 착용, 가림 치료를 포함해 의사의 지시를 꾸준히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희 전문의는 "만약 정기적인 검진이 어렵다면 1, 3, 6세에는 꼭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며 "소아 눈 질환은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시력 발달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능한 어린 나이에, 가능하면 적어도 1년에 한 번 이상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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