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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면제자였다 갑자기 병역의무자 된 유승준━
당시 병역법 시행령 제134조 제8항 제2호엔 "1년 이상 국내에서 체재하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병역면제 처분을 취소하고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따라서 국내에서 1년 이상 머물지 않고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해 꾸준히 미국에 오가던 유승준은 재미교포 영주권자로서 충분히 병역면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2001년 3월 27일 개정된 병역법이 시행되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개정된 병역법 제134조 제8항 제4호에 "국내 취업 등 병무청장이 고시하는 영리활동을 하는 사람에 대하여 병역면제 처분을 취소하고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미국 영주권자로서 국내에서 가수 활동을 하던 유승준도 병역의무 이행 대상이 됐다. 그가 개정된 병역법으로 군대를 면제받기 위해서는 미국 시민권을 '꼭' 취득해야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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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검사 받은 유승준…"남자는 때 되면 가야죠"━
신체검사 후 유승준은 방송 인터뷰에서 "받아들여야 하고 여기서 결정된 사항이니깐 따르려고 한다", "남자는 때가 되면 다 가게 돼 있다" 등 말을 하기도 했다.
특히 그의 이런 발언은 병역면제이던 1999년 그의 거주지 앞에서 한 스포츠연예 매체 기자의 "해병대는 어떠냐"는 질문에 "네, 해병대도 좋죠"라는 답변과 맞물리며 그의 인기를 더욱 치솟게 했다.
하지만 그의 모든 말은 이후 스스로를 병역기피자로 낙인찍는 자충수가 됐다. 그의 이 말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박제돼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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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차 미국 간 유승준, 입국 때는 스티브 유…정부 "입국 금지"━
그는 실제 일본에서 공연을 진행했고 이후 미국으로 갔다. 그리고는 공연이 아닌 미국 시민권 선서식에 참여했고 같은 해 1월 18일 미국 시민이 됐다. 스티브 승준 유(스티브 유)가 된 그는 그달 23일 LA총영사에 국적상실 신고서를 제출했고 그다음 날 곧바로 여행목적을 '공연·음반출판'으로 해 재외동포 비자인 F-4를 LA총영사에 신청했다.
이에 병무청장은 같은 달 25일 법무부장관에게 스티브 유에 대한 '입국제한'을, 28일엔 '입국금지'를 요청했다. 법무부장관은 같은 해 2월 1일 스티브 유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시작했다. 입국 금지가 내려진 그다음 날인 2일 한국에 도착한 스티브 유는 공항 면세 구역에서 6시간 반 동안 대기하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2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국에 오지 못 하고 있다. 법무부가 전과자가 아닌 외국 국적의 한국인에 대해 20년 넘게 입국 금지를 유지하는 건 유승준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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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조차 막는 건 과한 벌"…소송 끝에 승소━
하지만 LA 총영사관은 그의 병역의무 면탈이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비자 발급을 재차 거부했고, 2020년 10월 두 번째 소송이 시작됐다.
스티브 유는 이 소송 1심에서 패소했지만 2심에서는 승소했다. 2심 재판부는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후천적으로 취득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사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체류자격을 부여해서는 안 되지만 그가 38세가 넘었다면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가 비자를 신청한 2015년 당시의 옛 재외동포법에는 38세부터는 병역 기피를 이유로 한 비자 발급 제한이 풀린다는 단서 규정에 따른 결과다. 이 규정은 2017년 개정되면서 연령 기준이 41세로 높아졌다.
이 판결은 지난해 11월 30일 대법원에서 원심을 확정하며 최종 스티브 유 승소로 마무리됐다. 정부가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비자를 발급하면 스티브 유는 20여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비자가 발급되더라도 곧바로 입국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 요청으로 법무부장관이 내린 입국 금지 상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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