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공탁" 감형…경찰 매달고 달린 오토바이 '징역 1년6개월' [영상]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김지성 기자 | 2024.01.17 16:46
지난해 음주단속 현장에서 도주하던 오토바이에 끌려가는 사고를 당한 경찰이 최근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내려진 재판 결과가 부당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6일 경찰 내부망에는 '음주단속 중에 도주하는 오토바이에 사고를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A경사라고 밝힌 글쓴이는 "음주운전 단속 중 도주하는 오토바이에 사고가 났는데 선고 결과에 납득할 수 없어 직원분들에게 항소법원에 제출할 탄원서를 받고자 한다"고 썼다.

게시글에 따르면 A경사는 지난해 9월1일 밤 10시55분쯤 서울 지하철 녹사평역 부근에서 음주단속을 하던 중 도주하려던 남성 B씨를 저지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막아섰다. B씨는 오토바이로 A경사를 그대로 밀고 출발했고 A경사는 B씨의 오토바이에 약 10m 끌려갔다. 오토바이는 정차돼 있던 다른 순찰차를 들이받고 멈췄다.

B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당한 A경사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사고 이후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사고로 몇 달 동안 온몸의 관절이 탈골될 것 같은 느낌이 들다"며 "병원에 다니며 사고 수습하느라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최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A경사는 이 같은 형량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B씨가 형사 공탁을 한 점이 감형 사유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B씨에게 내려진 형량은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형 하한에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법 제144조에 따르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공무 집행 중인 공무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다치게 하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방해 정도가 경미하거나 참작할 만한 동기가 있으면 최대 8개월 형을 감경할 수 있지만 B씨의 경우 감경 사유를 참작한다고 해도 최소 징역 2년4개월 형은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큰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심각성과 위험성이 커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범행을 반성하고 가족과 친지가 선도를 다짐하며 선처를 바라는 점, 200만원의 형사 공탁을 했다는 점을 참작해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하한을 벗어난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형사 공탁이란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에 실패했을 때 법원의 공탁소에 일정 금액을 맡겨두고 피해 회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재판부가 형량의 감경 등을 결정할 때 고려되는 요소인데 금액에 따른 감형 정도 등 구체적인 기준은 없는 상태다. 이에 가해자의 감형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A경사는 "사비로 낸 병원비와 통상적인 보험금의 절반도 안 되는 200만원을 형사 공탁했다는 이유로 낮은 형량을 받은 것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일선 경찰들도 한목소리로 재판부의 판단을 비판했다. 이에 단체로 탄원서를 내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경찰관 C씨는 "이런 판결 때문에 떨어진 공권력이 지하 암반수 저 밑까지 더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인권, 인권 하면서 경찰관의 인권은 어디에 있냐"고 말했다. 경찰관 D씨도 "적극적으로 동료들의 탄원서를 받고 있다"며 "무책임한 솜방망이 처벌이 참 슬프다. 쾌유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음주운전 단속에서 도주하려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저지하려던 경찰관이 쓰러져있다. 사고 당시 영상 화면 캡처. /사진=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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