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제약의 묘한 동거…OCI 오너家, 알고보니 '이것'도 챙긴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4.01.18 06:00
OCI그룹이 한미약품그룹과 통합하면 경영권 강화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통합 지주사에 한미약품 측 지분이 들어오면 OCI 오너일가 지분과 합해 전체 우호지분이 기존 28% 대에서 36% 대로 훌쩍 뛴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국민연금과 외국인 주주 지분율 보다 낮아 경영권 방어에 취약했던 지배구조가 개선된다. 통합에 따른 화학과 제약 사업 간 시너지보다 경영권 강화가 OCI측 핵심 노림수일 수 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 그룹 간 통합이 완료될 경우 이우현 OCI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의 OCI홀딩스 지분율은 기존 28.7%에서 25.7%로 내려간다. 각 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진행될 양측 통합 과정에서 주식 수 확대에 따른 지분율 희석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OCI홀딩스의 새 주주로 들어올 한미약품 오너가의 지분까지 고려하면 사정이 다르다. 현물 출자를 통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그의 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OCI홀딩스 신주를 확보하게 되면 이들의 합산 지분율은 10.4%다. OCI 오너가의 우호 지분율은 36.1%로 치솟는다. 이를 통해 OCI 오너가는 경영권 방어에 취약했던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낮은 우호지분율은 OCI 오너가가 풀어야 할 오랜 숙제였다. 지난해 OCI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것도 지배력 제고 차원이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적분할과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 등을 거치며 이우현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의 OCI홀딩스 지분율은 22.23%에서 28.7%로 뛰었다. 그래도 외부 공격에 취약한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OCI홀딩스에 대한 국민연금(약 10%)과 외국인 주주(약 20%)의 합산 지분율은 30%로 여전히 오너 일가의 지분율보다 높다. 외국인 주주와 국민연금이 같은 목소리를 낼 경우 오너십이 흔들릴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우현 회장 등 입장에서는 통합을 발판으로 한 그룹간 사업 시너지 자체보다 이 같은 지배구조 이슈 해소가 더 큰 목적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OCI 오너가가 경영권 강화 효과를 누리려면 일단 통합 결정에 반대하는 한미약품 창업주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을 설득해야 한다. 어머니인 송영숙 회장과 동생인 임주현 사장이 주도한 통합 과정에서 배제된 임종윤 사장은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임 사장의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그룹 지주사) 우호 지분율은 20%가 넘어 사모펀드 등과 공동행동에 나설 경우 양사 통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임 사장을 설득해 통합이 성사돼도 한미약품 오너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다. 한지붕 두가족 체제인 만큼 한미약품측이 영원히 백기사로 남는다는 보장도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OCI 오너가 내부적으로도 양 그룹 통합 체제에서 일관적으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지금까지 친족 간 경영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한미약품 오너일가가 경영에 들어오면 각자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버지 고(故) 이수영 회장의 지분 상속세 납부를 마친 이우현 회장의 OCI홀딩스 지분율은 현재 6.55%에 머무른다. 삼촌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7.41%, 7.3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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