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거세지는 중국의 배터리 공세, 유럽도 이제 격전지

머니투데이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 2024.01.18 14:12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사진제공=이호근 교수.
유럽 시장이 한국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한국기업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2016년 이후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이 다소 둔화하면서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중국 배터리업체의 공격이 거세다. 최대 68%에 육박하던 한국기업의 유럽 시장 점유율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자리한다. 전 세계 1위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일찌감치 현지 공장 설립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중국이 극단적인 자국기업 보호 정책을 펼치면서 한국기업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불허했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설립한 중국 공장의 가동률은 50%를 넘지 못했다.

K-배터리 3사는 대신 유럽 시장을 공략했다. 연간 30만대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려면 4조~5조원이 필요하고, 합자회사의 경우 2조~3조원가량을 투자해야 한다. 이처럼 빠르고 과감한 결정으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유럽연합(EU) 내 배터리 생산 능력은 2022년 말 기준 116.5GWh다. EU 전체 배터리 생산 능력(274.2GWh)의 42.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는 CATL이다. 시장 점유율이 35.9%에 달한다. 2위는 중국 BYD로 점유율 16.1%, 3위는 한국 LG에너지솔루션(14.1%)이다. 1년 전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이 2위였지만 BYD가 치고 올라왔다. 폐쇄적인 중국 시장을 제외할 경우 1위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점유율 27.8%로 CATL(26.5%)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BYD는 6위로 밀린다. 중국 기업들이 내수에 기반한다는 근거다. 전 세계 신규 전기차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나오는데, 중국 전기차는 주로 자국 배터리를 쓴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자국 제조업체에 몰아줘 시장 점유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랬던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도 이제는 폐지됐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EU에서는 최근 대형 전기차 브랜드들의 배터리를 수주받기 위한 한·중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을 배제한 채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달리, EU는 늘어나는 역내 배터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이에 EU 내 중국기업 점유율은 2020년 14.9%에서 2022년에는 34%로 2배 이상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한국기업 점유율은 68.2%에서 63.5%로 하락했다.

새 전쟁터인 유럽 시장에서 선전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기술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재와 부품 조달처를 다양화해야 한다. 현재 리튬·니켈 등 주요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압도적으로 높다. 당장 수년 내로 중국산 광물을 대체하는 공급망을 갖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K-배터리의 기술력과 경쟁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며, 공장 현지화 등 우선 가능한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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