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손실 '시한폭탄' 경고에도…간 큰 중학개미, 3배 레버리지 '줍줍'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24.01.16 15:44
홍콩 주가지수를 기초로 한 ELS(주가지수연계증권)에서 수조원대의 손실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은 오히려 홍콩 증시 3배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인데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홍콩 증시의 부진이 예상된다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2023년12월16일~2024년1월15일)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ETF(상장지수펀드)인 '디렉시온 데일리 FTSE 차이나 불 3X 셰어즈'(DIREXION DAILY FTSE CHINA BULL 3X SHARES, 티커 : YINN)를 3000만달러(약 40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중 7번째로 많은 규모다.

해당 상품은 기초지수인 'FTSE 차이나 50 지수' 일일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50개 종목으로 구성됐는데 구성 종목 상당수가 홍콩H지수(HSCEI)와 유사하다.

현재 FTSE 차이나 50 지수의 주요 구성종목은 텐센트 홀딩스(8.77%, 이하 구성비율) 알리바바(8.69%) 메이투안(8.45%) 중국건설은행(6.17%) 바이두(4.47%) 등이다. 홍콩H지수는 알리바바(8.42%) 텐센트(7.61%) 중국건설은행(7.55%) 메이투안(6.58%) 차이나 모바일(5.97%) 등으로 구성된다. 상위 10개 구성종목 중 7개가 겹칠 정도로 두 지수의 유사성은 높다.

홍콩H지수의 하락이 지속되면서 지수 반등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3배 레버리지 상품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H지수는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H지수는 전일 대비 113.02포인트(2.08%) 하락한 5333.5를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나타냈다.

최근 1년 고점(2023년 1월27일) 대비로는 약 31% 하락했고 최근 3년 고점(2021년 2월17일) 대비로는 약 56% 조정받았다. H지수가 급락한 영향으로 이를 기초로 판매된 ELS 상품에서는 수조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인 YINN 역시 주가 하락세가 가팔랐다. 지난 12일 종가는 17.58달러로 최근 1년 간 손실은 약 76%에 달한다. 이 상품이 고점이었던 2015년 4월27일(1360.6달러)과 비교하면 손실율은 약 98.7%다.

기대했던대로 홍콩 증시가 반등할 경우 3배 레버리지 상품은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증권가의 전망은 어둡다. 중국 증시의 불안 요인인 지정학적 위험이 여전하고 경기침체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손실이 누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YINN 역시 홍콩 ELS처럼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만 총선 결과(친미·반중 성향의 민진당 승리)는 중국 본토 증시에 부정적 영향이 크다"며 "밸류에이션 저평가 요인이었던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해소된 것이 없고 이를 레버리지 삼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여타 선진국과는 달리 중국은 지난해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며 극심한 소비침체를 겪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과 양적완화가 있어야 증시도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아직은 중국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이날 홍콩 증시가 급락한 것도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를 동결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지금 바로 금리를 인하해도 모자란 판국"이라며 "중국 증시의 반등을 위해선 더 적극적인 통화 정책과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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