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규모와 속도 측면에서 후발 주자인 국내 업계가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에 못지 않은 혁신 기술을 보유했음을 알리는 장이다. 때문에 올해 역시 차세대 기술수출 주자들에 관심이 쏠렸다.
다만 올해 행사엔 또 다른 화제거리가 존재했다. 오너일가 유력 후계자들이 행사에 참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인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 대표적이다.
비슷한 시기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도 같은 의미에서 주목을 받았다. CES는 헬스케어와 활발한 융복합이 이뤄지고 있는 IT·AI 등의 혁신 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다. 신 전무는 그룹 헬스케어 사업의 주축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 중이다.
이들 모두 회사의 주요 임원이지만, 중책을 맡은 임원들의 활동이라기 보단 '경영수업의 일환' 또는 '후계자의 화려한 전면 배치'라는 인상을 지우긴 힘들었다. 전통 산업을 배경으로 한 영화·드라마는 물론, 현실에서도 익숙히 봐 온 행보의 답습이다.
시시비비는 별개다. 다만 아시아의 작은 기업이라도 기술력만 있다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증명해 온 행사에서 '굳이 부각됐어야 할 모습이었는가'라는 생각은 떨칠 수 없다.
제약·바이오가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은 배경은 기술의 혁신성이다. 전통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국가 경제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세상에 없던 기술을 앞세운 폭발적 성장 잠재력이 조명받았다.
그 혁신의 근간이 반드시 새로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출발한다. 앞서 언급된 기업들 역시 주력 사업의 불모지를 개척하고, 독자 신약으로 미국 허가 문턱을 넘는 새로운 가치로 성과를 거둔 기업들이다. 그래서 더욱 이들이 보인 썩 유쾌하지 않았던 익숙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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