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비트코인 ETF 중개거래 금지, 당황과 황당의 사이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 2024.01.14 11:33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2023.12.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지난 11일 오후 늦게 금융감독원이 전 증권사에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거래 중개 금지 지침을 내렸다. 금융위원회는 짧은 입장문을 내놨다.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정부입장,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증권사는 발칵 뒤집혔다. 그간 해외 상장된 ETF 거래가 당국 규제로 막힌 적이 없었던 상황이라 우왕좌왕했다. 증권사는 부랴부랴 미국 시장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11종을 거래할 수 없다고 각사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후폭풍은 더 거셌다. 미래에셋증권은 12일 이미 거래해왔던 캐나다·독일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도 막았다. 혼란에 빠진 증권사는 답답한 마음에 출입기자한테까지 질문을 던졌다. "선물 ETF는 괜찮대요?" 당국은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는 법상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는데, 일부는 알아서 몸을 낮췄다. KB증권은 같은 날 23종의 가상자산 선물 ETF 신규 매수까지 막았다.

명확한 지침이 없어 모두가 헤매고 있다. 기존 거래가 갑자기 막히면서 투자자들은 황당한 상황이다. 거래 차단이란 초강수를 내릴 거였으면 보다 분명한 지침을 내렸어야 했다. 시장이 당황했던 이유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일정은 예견돼 있었다. 금융당국은 승인 이후에야 부랴부랴 늑장 대응에 나서며 혼란을 자초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었는데 갑자기 막은 건 무리수"라며 "법 해석을 과하게 적용해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동성이 크고 투자자 보호가 되지 않는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는 아직 크다. 제도권 안에 있는 금융상품과 가상자산을 혼입되게 하지 않으려는 당국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또 미국 시장에서 한다고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법도 없다. 하지만 비트코인 투자가 보편화된 세상에 나홀로 고립되는 길을 택할 필요도 없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오는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7월까지 기다릴만한 여유가 없다. 하루빨리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 가상자산 관련 법·규정을 정비하고 규제 일변도에 집착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고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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