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위기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 2024.01.14 06:00

편집자주 | 프랑스는 부르봉 절대왕조가 만들어놓은 거대한 국가 관료조직이 혁명을 거치면서도 해체되지 않아 고질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는데, 어느 정도 진전은 있었지만 근본적인 개혁은 이뤄내지 못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고질병을 고치는 일은 지금 같은 평상시에는 어려울 것이며 전쟁이나 중대 재난, 또는 경제적 대파국 같은 '비상한' 상황 속에서나 가능할 것입니다. 프랑스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개혁 방향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평가를 받을 만하지만 마크롱에게는 당장 3년 반 뒤에 찾아올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극우파 마린 르펜의 도전을 막아내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이민 문제와 함께 유럽 전반에 불고 있는 배외주의, 극우 포퓰리즘이 프랑스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크롱은 34세의 가브리엘 아탈을 신임 총리로 임명하면서 국면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마크롱은 남은 3년 반 동안 어느 정도의 개혁을 완수하고 떠날까요? 과연 르펜의 집권을 막을 수 있을까요? 강력한 국가 관료제가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건재해 비슷한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마크롱의 개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마크롱이 현재 처한 정치적 위기를 설명한 파이낸셜타임스의 2023년 12월 27일 자 '빅리드' 기사를 프랑스와 한국의 유사성을 염두에 두고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PADO /사진=AFP=뉴스1

2027년 봄이다. 에마뉘엘 마크롱과 마린 르펜이 엘리제궁의 돌계단으로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이양식을 위해 안뜰에 레드카펫이 깔려 있다.

지난 10년간 마크롱의 라이벌이자 경쟁자였던 극우 포퓰리스트 지도자 마린 르펜이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원국 중 하나이자 두 번째로 큰 경제대국인 프랑스에서 정치적 지진을 일으키며 마크롱 후임을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군악대가 연주하는 가운데 미소 띤 르펜이 마크롱과 함께 레드카펫 끝에 있는 검은색 세단으로 향한다. 그들은 악수를 나눈다. 마크롱은 차에 올라타고 르펜은 프랑스의 새 대통령으로 그 자리에 서 있다.

프랑스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미래 전망은 더 이상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다.

르펜과 그가 이끄는 국민연합(RN)은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례 없는 의석 수를 확보해 정치적 정당성을 새롭게 확보했고, 제도권 주류에 진입한 이후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마크롱은 1년 반 전 재선 이후 명확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의회 과반수 의석을 상실하면서 원대한 개혁 야망을 실현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

마크롱의 두 번째 임기가 아직 3년 남짓 남았지만, 정부 내에서는 완전고용 달성, 프랑스의 기업친화적 환경 조성, 비용만 많이 들면서 종종 비효율적인 공공서비스의 개선 등 아직 실현되지 않은 많은 목표에 대한 초조함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생활물가, 양질의 교육 및 보건 서비스, 범죄 등 시민들의 일상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르펜을 집권시키고 마크롱의 유산을 망가뜨릴 수 있는 국민적 항의표시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이런 초조함을 증폭시키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과 가까운 중견 상원의원 프랑수아 파트리아는 엘리제궁의 열쇠를 르펜에게 넘겨주는 것은 마크롱에게 '악몽'이 될 것임을 인정한다.

"마크롱은 르펜이 자신의 뒤를 잇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마크롱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마린 르펜을 불러들였다고 비난할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마크롱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에 대놓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이런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매일같이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대선에 영향을 미칠 국내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다른 후보가 등장할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르펜이 지난 세 차례 대선에 출마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지도력을 의심하거나 그의 민족주의, 반이민 정책, 어설픈 경제정책이 프랑스와 유럽연합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여 반대 표를 던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롱은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가 이끄는 중도 연정은 의회 과반수 의석에 약 40표가 모자라 더 이상 자신의 입법 의제를 추진할 수 없다. 프랑스 공공재정의 파탄 상태는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 때와 달리 정부가 지금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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