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소매업 넘어 수출산업으로...면세점 보는 시각 넓혀야"

머니투데이 대담=김진형 산업2부장, 정리=정인지 기자 | 2024.01.15 16:30

[머투초대석]유신열 한국면세점협회장(신세계면세점 대표이사)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유신열 한국면세점협회장(신세계면세점 대표)은 올해 면세업계 전망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지난해 엔데믹에 이어 중국 단체관광 허용까지 면세점 시장에 봄이 올 것 같은 기대가 컸지만 실제 업황 개선은 더뎠다. 중국 경기 둔화, 고물가로 인한 여행 비용 증가, 코로나 시기 무너진 단체관광 인프라, 방한 외국인들의 쇼핑 행태 변화 등 요인은 복합적이다. 그는 "경제상황이나 제도적, 환경적으로 크게 변하는 것이 없다"며 올해도 봄이 왔지만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것 같은 상황의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 회장은 달라진 환경에 맞게 면세점들의 변화 노력과 함께 면세산업을 단순히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업 뿐만 아니라 수출산업으로 인정하는 시각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도 전세계 소비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면세점 업황은 어떨 것으로 보시는가.

▶지난해 8월 중국이 단체 관광객 비자를 허용하면서 국내 면세 산업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현실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11월 누적 기준,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한 중국인은 9배나 증가했지만 판매실적은 오히려 36.5%가 감소했다. 중국인 평균 객단가도 3월 83만원에서 9월 63만원, 11월 54만원으로 계속 줄고 있다. 중국 소비 부진, 위안화 약세, 중국 내 애국 소비 열풍 등의 결과로 보인다. 중국 정부도 한국 단체관광을 공식적으론 허용했지만 실제는 자유롭게 단체관광객을 모집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올 상반기도 업황이 변할 조짐은 보이지 않아 비슷한 추세로 예상된다. 게다가 올해는 미국과 대만의 대선 결과가 중국 경제나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

-국내 면세점 기업들의 중국인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각 면세점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행산업상 지리적 영향이 크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이 면세쇼핑을 위해 한국에 오지는 않는다. 중국 정부가 하이난 면세점을 전폭적인 정책 지원 하에 키우고 있지만 베이징 등 중국 동북지역에선 하이난보다 한국이 더 가깝다. 최근 동남아 관광객들이 늘고 있지만 객단가 측면에서 중국을 대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동남아나 서구 여행객은 코로나 이전의 90%를 회복했지만 아직 중국 여행객은 30% 정도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 인프라가 회복되지 않았고, 고물가에 여행 비용도 대폭 뛰어오른 점은 아쉽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해왔던 숙박, 식당, 관광버스 등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국내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중국인 1인당 여행 경비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인들이 몰려온다면 여행사들이 준비를 안할 이유는 없지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같은 문제다.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최근 외국인이 면세점 대신에 올리브영이나 다이소를 찾는 등 쇼핑행태가 변했다고 한다. 영향은 어떤가.

▶새로운 수요가 창출된 것인지, 면세점의 것을 빼간건지를 봐야 한다.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시장이라고 본다. 지금 명동거리에서 쇼핑하는 외국인들은 애초에 면세점으로 오는 고객이 아니었다. 물론 외국인들의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만큼 거기에 맞춰서 면세점도 상품 구성, 타켓 고객 등을 바꾸는 등 전략에 반영해 추진하고 있다.


-면세 산업이 한단계 성장하기 위한 변화 노력과 필요한 정책 지원은 무엇인가.

▶방한 외국인 사상 최대치가 1750만명(2019년) 밖에 안 되는데, 우리나라 면세점이 한 때 약 25조원(국내 면세점 기준)의 매출을 올리며 어떻게 전세계 1위를 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면세점들이 코로나 이후 90% 이상으로 치솟은 면세점의 기업형 따이공(중국 보따리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면세점들의 중국 소규모 따이공 매출 비중은 60~70% 수준으로 추정된다. 화장품 등을 대리구매하거나 주변에 소소하게 판매하는 보따리상들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개인 여행객 소비자만 면세점 고객이 아니었단 얘기다. 개인 여행객만으로는 한국 면세점이 세계 1위를 할 수는 없다.

면세점이 국산 화장품, 의류 등의 수출 기지이고 해외 명품의 경우 중개 무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면세점에 와서 명품을 대량구매하는 것은 한국 면세점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브랜드들이 중국에 직접 진출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지만 면세점을 통하면 단순화되고 유통비용도 줄일 수 있다. 면세산업을 여행 소매산업 뿐 아니라 수출 효과를 내는 수출기업으로 보고 관련 제도나 규제가 재정비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과거 면세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특혜라며 규제가 매우 강했다. 롯데와 신라만 있던 면세점시장이 지금은 대형사만 4사로 여타 소매업종 못지 않은 완전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그렇다. 코로나19 이후 업황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면세점 매출의 1%(매출 1조원 이상의 경우)를 부과하는 특허수수료를 50% 감면해줬는데, 애초에 특허수수료를 매출에 매기는 게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출금액에 1% 세금을 부과하지는 않지 않는가. 영업이익이나 과거처럼 면적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업계는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당시 정부가 면세점의 수출 효과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지원해 준 덕분에 존속할 수 있었다. 당시 시행됐던 정책들 중에서도 업계의 성장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좋은 정책들은 지속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신세계면세점이 캐세이퍼시픽 항공과 업계 최초로 협업했는데 또 다른 협업 계획이 있는가.

▶면세점은 사업특성상 누가 여행을 와서 소비자가 될 지 알 수 없다. 항공, 호텔, 웨딩, 백화점, 카드 등 여행과 관련한 기업들의 고객을 면세점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또 최근 방한 외국인들의 소비 트렌드도 쇼핑 보다 개인 체험 위주의 여행을 선호한다. 이렇게 변화된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 우리와 연관된 고객의 모수를 넓힐 필요가 있다. 현재 다른 기업들과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공항 공략 계획은.

▶구체적으로 결정 된 것은 없지만 해외 공항 입찰 공고 등 기회가 생기면 면밀히 검토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는 마카오, 몽고 공항에서 입찰 공고가 예정돼 있다. 다만 매장을 여는 것보다 신세계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고 관광 여행 생태계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에 가면 꼭 방문하고 싶은, 고객들의 마음에 첫번째로 떠오르는 면세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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