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을 승인하면서 국내 시장도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자산운용사를 통해 당장 비트코인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에 대해 여전히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시간)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에서 "위원회는 다수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SEC는 '현물 ETF' 대신 '현물 ETP'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ETP는 ETF와 ETN(상장지수증권)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에 이어 현물 ETF 거래까지 허용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당장 상장된 비트코인 ETF를 보긴 힘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관련 금융상품 출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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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과 입장 변화 없어... 자본시장법 개정 필요"━
당국 한 관계자는 "겐슬러 위원장도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보증한 건 아니다"라며 "비트코인 연계 상품은 투자자 보호를 담보할 수 없고 자본시장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핵심은 자산투자뿐 아니라 기업의 자금조달인데 발행인도 없는 비트코인으로 기업이 자금조달 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국내 주식투자자에게도 좋을 게 없다"고 부연했다.
겐슬러 위원장도 이날 성명에서 "비증권 상품인 비트코인을 보유한 ETP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라며 "SEC가 암호화폐 자산 증권에 대한 상장 기준을 승인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을 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가상자산은 법상 정의 그 어디에도 포함이 안 되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4조10항에 기초자산에 대한 정의가 있는데 현행법상 가상자산은 어디에도 포함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법상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광산물·에너지에 속하는 물품 및 이 물품을 원료로 해 제조하거나 가공한 물품,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신용위험 △그밖에 자연적·환경적·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 합리적 가격·이자율 등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정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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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업계는 눈치 보기 중━
자산운용업계는 당국 눈치를 살필 뿐이다. 2021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비트코인 선물을 기반으로 한 ETF가 출시된 이후에도 금융당국의 태도는 강경했다.
실제 2022년 초 국내 중소형 자산운용, 투자자문·일임 업계에서 비트코인 관련 상품 출시 준비하다 당국 눈치에 결국 관련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대형 운용사들도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 지난해 1월 삼성자산운용은 홍콩 주식시장에 삼성 비트코인 선물 액티브 ETF를 상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ETF 자회사인 글로벌엑스(Global X)를 통해 지난해 8월 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신청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가 나올 때부터 이미 팔로업하며 준비해 왔다"면서도 "당국 방향만 정해지면 언제든 준비해서 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내 ETF 시장이 미국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가고 있지만 우리 감독 당국이 어떤 스탠스를 가져가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전 정부는 더 엄격한 입장이었지만 이번 SEC 승인을 계기로 선물 상품부터 차례로 열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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