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만나 담판 지은 이복현, 태영건설 워크아웃 '막전막후'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용안 기자 | 2024.01.12 05:44

"남의 뼈 깍는 자구안" 태영 압박한 이복현, 무산위기 워크아웃 '구원투수'로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부터 개시까지 지난 2주간 태영그룹과 채권단 사이에는 막전막후 치열한 '밀당'(밀고당기기)이 전개됐다. 자구안의 진정성과 오너 일가의 책임 범위를 놓고 시각차가 커 워크아웃 무산 위기까지 갔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직접 만나 담판을 지었다. 이 만남이 워크아웃 성사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건설사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였던 태영건설이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 시행을 위한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공포(26일)된 지 불과 이틀 뒤였다. 연말 자금사정이 다급해진 태영건설에 '워크아웃 선택지'를 주려고 금융위원회가 속전속결 기촉법을 부활시켰다는 추정이 가능했다. 금융위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직후 치밀한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워크아웃 신청 하루만에 문제가 터졌다. 태영 측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29일 만기도래하는 태영건설 상거래채권 상환에 쓰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다. 매각대금 1549억원 중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넣지 않고 지주사인 TY홀딩스 연대보증 채무 상환에 써버렸다.

태영건설은 상거래채권으로 볼 수 있는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을 갚지 않았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금융채무는 상환유예 되지만 협력사에 지급하는 상거래채권은 정상적으로 갚아야만 한다. 그런데 태영 측은 "협력사가 태영건설 기업어음을 담보로 은행에서 할인 받아 빌려간 외담대는 상거래채권이 아니라 금융채권"이라고 판단했다. 채권단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태영건설은 지난 3일 채권자 설명회에서 에코비트·블루원 지분 매각과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등 4가지 자구안을 내놨지만 채권단 반응은 싸늘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신뢰를 상실했다"며 당초 약속한 890억원부터 빨리 이행하라고 압박했다. 태영 측은 지주사의 연대보증(4000억원) 채무를 갚는 것도 태영건설 지원금이라고 맞섰다. 이 빚을 갚지 않으면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어서다.


양측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자 워크아웃 무산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기 시작했다. 검사 시절 기업 구조조정을 경험한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4일 구원 투수로 등장했다.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태영 측에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내놓으라고 '한 술' 더 떴다. 그러면서도 "태영 측이 연락을 해 오면 거부하지 않겠다"며 소통의 문은 열어 놨다.

이에 다음날(5일) 저녁 윤세영 회장이 이복현 원장을 직접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윤 회장은 TY홀딩스와 SBS지분을 담보로 내놓겠다며 추가 자구안을 제시했다. 대신 TY홀딩스가 안고 있는 4000억원 규모의 연대보증도 상환 유예 해 달라고 요청했다. 허심탄회한 논의 끝에 오너 일가의 책임감 있는 자구안과 채권단의 양보가 가능해졌고, 무산 위기였던 워크아웃 불씨는 되살아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 회장과 이 원장이 직접 만나 큰 그림에 합의한게 워크아웃 개시의 결정적이 계기가 됐던 것 같다"며 "구조조정은 권한 없는 실무자들끼리만 논의하면 한계가 명확하다.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직접 만나 담판을 지어야 큰 방향이 정해진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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