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빼고 안경 쓰세요…당뇨·암 유발 '화학물질' 몸에 쌓인다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 2024.01.10 14:23

콘택트렌즈 사용자는 난임, 갑상선 질환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몸속에 더 많이 쌓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윤형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교수와 김동현 고려대안암병원 안과 교수, 강하병 고려대 보건과학연구소 연구교수는 1999~2008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자료를 바탕으로 20~30대 미국인 7270명을 분석해 콘택트렌즈 사용과 혈중 과불화화합물 농도의 연관성을 검토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과불화화합물 아웃도어 의류나 식품 포장재, 종이 빨대, 프라이팬,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방수코팅제 물질이다. 화학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고 생체 내에 오래 잔류하는 특성으로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고 불린다. 지속해서 노출되면 몸속에 쌓이고 내분비계를 교란해 당뇨병, 갑상선 질환, 고콜레스테롤혈증, 난임, 임신성 고혈압, 신장암과 정소암과 같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소비자단체(Mamavation)는 콘택트렌즈 제품에서 과불화화합물로 추정되는 유기 불소가 검출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고려대 연구팀은 콘택트렌즈를 주로 착용하는 청년 인구가 과불화화합물에 더 많이 노출됐을 것이라 보고 실제 사용 여부가 화학물질의 체내 농도를 높이는지 파악했다.

콘택트렌즈 사용 시 과불화화합물 노출 모식도와 분석 그래프./사진=고려대학교

그 결과, 콘택트렌즈 사용자는 미사용자와 비교해 혈중 과불화화합물의 총 '바디버든'(body burden, 체내 축척 유해 물질)이 1.2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별 과불화화합물의 혈중 농도도 콘택트렌즈 사용자가 유의하게 높았다. 연구팀이 과불화화합물 노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교란 요인을 통계적으로 제거하고 관찰한 결과, 콘택트렌즈 사용자는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으로 발암물질로 지정된 과불화옥탄산(PFOA)이 0.41 ng/ml,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은 0.28 ng/ml,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은 1.75 ng/ml로 모두 미사용자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PFOA의 노출로 인해 건강이 위험할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는 콘택트렌즈 사용자 중 4.5 %, 콘택트렌즈 미사용자 중 3.9%로 차이가 났다. 반대로 PFOA 노출로 인한 건강 영향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는 콘택트렌즈 사용자 중 5.8%, 콘택트렌즈 미사용자 중 16.4%로 역시 차이가 두드러졌다.


(사진 왼쪽부터) 최윤형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교수, 김동현 고려대 안암병원 안과 교수, 강하병 고려대 보건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최윤형 교수는 "콘택트렌즈와 같은 의료기기는 일반 생활용품과 달리 소비자의 선택지가 충분하지 않고, 과불화합물의 위험성을 인지해도 안전한 콘택트렌즈 제품을 선택할 기회가 제한적"이라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환경 유해 물질의 규제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교수는 "콘택트렌즈 사용자가 전신 건강을 우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이번 연구 결과 소프트 콘택트렌즈 착용에 의한 과불화화합물이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규명됐다"라며 "청년 인구가 소프트 콘택트렌즈를 많이 착용하는 만큼 건강을 위해 가능성에 대해서 더 많이 알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Elevated levels of serum 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PFAS) in contact lens users of U.S. young adults')는 최근 환경 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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